약가제도 개편안, 건정심 소위원회 거쳐 이달말 최종 의결 전망특허만료·제네릭 의약품 약가 산정률 53.55% → 40%대로 낮춰정부 "제네릭 약가 높아 다품목 구조 고착화 … 신약 투자 위축"제약업계 "제네릭, 산업 50% 차지 … 산업기반 약화"
-
- ▲ 알약. ⓒ연합뉴스
정부가 제네릭(복제약) 난립 방지와 재정 건전화를 명분으로 약가 인하 칼날을 빼 들었다. 하지만 제네릭 수익을 신약 개발의 마중물로 삼는 국내 제약업계 특성상 이번 조치가 오히려 국내 제약산업의 연구개발 생태계를 파괴하고 필수의약품 공급망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확산하고 있다.19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오는 2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원회를 열고 약가제도 개편안을 최종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소위원회에서 확정된 약가제도 개편 안건은 오는 25일 건정심 본회의에 상정돼 의결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정부는 지난해 11월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공개한 지 약 3개월 만에 본격적인 제도 개편 절차에 돌입했다.이번 약가제도 개선방안의 핵심은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현행 오리지널 대비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약제비를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관리하고 국민 부담을 경감하는 한편 약가 구조 전반을 합리화하겠다는 방침이다.정부가 약가 인하에 나선 배경에는 제네릭 약가가 높게 유지되면서 필요 이상의 다품목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실제로 보험 청구액이 큰 주요 만성질환 약제 성분의 경우 이미 복제약이 100개를 훌쩍 넘는 상황에서도 매년 새로운 제네릭이 추가로 등재되고 있다.고지혈증 치료제 아토르바스타틴(10mg)은 2024년 기준 복제약이 149개, 로수바스타틴(10mg)은 151개에 달한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에소메프라졸(20mg)은 137개, 알츠하이머형 치매 치료제 도네페질(10mg) 역시 131개의 복제약이 등재돼 있다. 이들 성분은 이미 2022년에도 복제약이 100개 이상이었지만 이후 2년간 많게는 20개 이상이 추가 등재됐다.복지부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복제약 약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유지되면서 사용량이 많은 만성질환 약제를 중심으로 후발 제네릭이 계속 양산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최근 5년간 동일 성분 의약품이 20개 이상 동시에 등재된 사례는 33개 성분, 1343품목에 달했으며, 2023년에는 한 성분에서 275개 품목이 동시에 등재된 사례도 있었다.정부는 제네릭 사용량 자체는 주요국과 큰 차이가 없지만 사용량 대비 건강보험 급여 지출은 한국이 유독 높다는 점을 문제로 보고 있다. 복제약 사용량 대비 급여액 비율은 한국이 0.85로, 일본(0.38), 독일(0.35), 프랑스(0.53), OECD 평균(0.46)을 크게 웃돈다.이러한 약가 구조가 결국 산업 생태계 왜곡을 초래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완제의약품 생산액 10억원 미만 소형 업체 비중은 31.3%에 달하는 반면 최근 5년간 등재된 240개 신약 중 국내 개발 신약은 13개(5.4%)에 불과했다.정부는 "상대적으로 수익이 보장되는 제네릭 중심 구조가 신약개발 투자를 위축시켰다"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정부는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주요국 수준인 40%대로 조정하고, 다품목 등재에 대한 계단식 인하를 강화하는 한편 절감된 재원을 혁신 신약과 필수의약품에 재배분하겠다는 구상이다.동시에 R&D 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과 수급 안정에 기여하는 품목에는 정책적 우대를 강화해 산업 구조를 '제네릭 양산'에서 '혁신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다만 제약업계의 반발은 거세다. 업계는 약가 인하 중심의 제도 개편이 제네릭 산업 기반을 약화시켜 신약 개발 역량과 의약품 공급 안정성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속가능한 약가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한 산업 보고서를 통해 정부 개편안의 한계를 지적했다. 협회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지속성뿐 아니라 제약산업 자체의 지속성까지 함께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며 "현재 개편안은 사실상 약가 인하에 초점이 맞춰져 산업적 영향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협회는 특히 한국 제약산업의 구조적 특수성을 강조했다. 프랑스나 일본과 달리 한국은 신약 개발 기업과 제네릭 기업이 분리돼 있지 않고, 제네릭 판매를 통해 확보한 수익이 신약 개발 재원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제네릭 산업 전반의 수익 기반이 약화될 경우 신약 개발과 필수의약품 생산까지 연쇄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업계는 약가 인하 정책이 산업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혁신 촉진과 의약품 공급 안정이라는 정부의 정책 목표와 오히려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약가 정책을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가치 창출과 수급 안정이라는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구조상 제네릭 의약품이 전체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어 약가 인하는 곧바로 대규모 매출 감소와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연구개발(R&D) 투자 축소와 우수 연구인력 유치 차질, 생산 포기와 인력 구조조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업계에서는 제네릭 약가 산정 비율이 53.55%에서 40%로 조정될 경우 이를 2024년 기준 국산 전문의약품 전체 약품비에 적용하면 연간 최대 3조6000억원 규모의 산업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협회는 "대규모 약가 인하가 단행되면 기업은 꼭 필요한 연구개발 대신 생존을 위한 단기 성과 중심의 사업 전략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약가 인하는 제약기업 수익성을 악화시켜 국민에게 없어서는 안 될 퇴장방지의약품, 저가 필수의약품의 생산을 포기하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