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종합건설업체 폐업신고 109건…15년만 최대치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미분양까지 '위기설' 다시 고개지방은 사실상 그로기…중소건설 연체율 1.7% 역대 최고
  •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한국 경제가 코스피 6000선 돌파 축포를 터뜨리고 반도체 수출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양극화 현상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붐에 기댄 반도체 수출이 독주하며 전체 수출을 밀어 올리는 사이 철강·석유화학·건설업은 장기 불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격차는 고용과 내수 침체, 그리고 자산 양극화로 이어져 우리 사회의 구조적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반도체 기업 종사자들이 억대 성과급으로 함박 웃음을 짓는 사이,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 직원들은 연체와 폐업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고소득자들이 삼성전자로 떼 돈을 버는 동안, 20대와 건설 등 비IT 부문 일자리는 급속하게 소멸돼 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들에 대한 융단 폭격을 가하는 동안, 전세와 월세로 사는 세입자들은 치솟는 시장 금리에 고통을 겪고 그나마 물건을 못구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일자리·자산·산업 전 부문에 'K자형 성장'의 괴물 같은 기형의 그림자가 갈수록 짙게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조차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거대한 '분식의 함정'에 빠져 있다는 극단적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뉴데일리는 우리 경제에 퍼지는 악성의 K자형 곡선을 거시 담론과 실물 현장을 오가면서 장기 시리즈로 전한다. [편집자주]

    '코스피 6000' 시대가 개막했지만 건설업계에는 여전히 찬바람만 불고 있다. 2022년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 이후 그로기 상태에 빠졌던 건설사들은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자금난과 부채 늪에 허덕이고 있다. 

    올해 전망도 안갯 속이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에 더해 미분양과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등 겹악재까지 겪으며 벼랑 끝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5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키스콘)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종합건설업체 폐업 신고는 109건으로 동기 기준 2011년 110건 이후 15년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연간 역대 최대 폐업건수를 기록한 지난해 102건보다도 7건 많은 신고건수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수익성과 현금유동성이 바닥을 친 가운데 미분양까지 계속 쌓이며 폐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지방 건설사들은 고사 직전 상황에 직면했다. 광주 전남지역에서만 최근 6개월새 시공능력평가 97위 유탑건설, 111위 삼일건설 등 중견건설사 2곳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업계에선 레고랜드 사태 이후 매년 반복됐던 '건설 위기설'이 올해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건설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자재값이 급등한 가운데 2022년말 레고랜드 사태까지 터지자 절체절명 위기를 맞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자금조달 창구가 막혔고 설상가상 부동산 경기 악화와 미분양 악재까지 겹치면서 적잖은 건설사들이 문을 닫았다.

    당시 바닥을 쳤던 건설경기는 이후 4년째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올해 전망도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물가와 환율, 금리가 한꺼번에 뛰면서 건설사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까닭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조사결과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2.75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훌쩍 넘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금리도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물가와 고환율은 원자재값 및 공사비 상승, 수익성 저하와 직결되고 고금리는 건설사들의 대출이자 부담을 높여 재무건정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지방 미분양도 여전히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보면 올해 들어 청약을 받은 24개 단지 가운데 모집인원을 모두 채운 단지는 12곳에 불과했다.

    공사비 인플레이션과 건설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도 더욱 나빠지고 있다. 특히 현금유동성 저하로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한 건설사들이 늘면서 줄도산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의 중소기업 건설업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지난해 말 1.71%로 1년 전 대비 0.49%포인트(p) 상승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연말 기준 역대 최고치다.

    건설업 연체율은 코로나19 팬데믹 막바지인 2022년까지만 해도 0%대에 그쳤지만 2023년 1.14%, 2024년 1.22% 등 최근 2년여간 1%대로 뛰었다.

    대형 건설사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가운데 부채비율이 적정 기준인 200%를 넘긴 건설사는 △대우건설 229% △GS건설 240% △롯데건설 214% △SK에코플랜트 219% 등 4곳에 달했다.

    건설업계에선 정부 정책이 건설경기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정부 규제로 강남·성수·목동 등 일부 상급지를 제외하면 재건축이 막혔고 그나마 회복 조짐을 보이던 주택시장도 불확실성이 다시 커졌다"며 "노란봉투법부터 중대재해법까지 건설사들에게 마이너스만 정책·법안만 수두룩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건설사에 도움된다고 볼 수 있는 정부 정책은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과 세제 혜택뿐인데 그마저도 실제 체감효과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김창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지방 중심 건설투자 보강안을 발표하고 지방 미분양 주택 구입시 세제 혜택을 제공 중이지만 지방 수요 회복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지방 사업장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의 매출채권 대손 인식 등 손실 발생 사례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