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급등에 멈춰선 수도권 사업지…알짜단지도 '무응찰 유찰' 수도권 정비사업 '올스톱'…수의계약·공사비 증액 건설사 달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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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 한 재건축 사업 현장.ⓒ뉴데일리DB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건설사간 수주혈전이 벌어졌을 수도권 중급지 도시정비사업이 최근 잇따라 유찰사태를 맞으며 고전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폭등으로 공사비가 급증하자 1군 건설사들이 수익성 확보가 불확실한 외곽 지역은 과감히 포기하고 강남권 및 하이엔드 브랜드 사업지에만 화력을 집중하는 '선별 수주' 경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정비사업시장에서는 시공사 선정 입찰이 무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 경기 광명의 한 가로주택정비사업지는 지난해 말 진행된 현장설명회에 대형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하며 기대감을 높였으나 정작 올해 초 실시된 실제 입찰에서는 단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아 '무응찰 유찰'을 기록했다. 안양과 부평 일대의 정비사업장 역시 평당 공사비를 800만원대까지 파격적으로 인상하며 시공사 달래기에 나섰지만 건설사들의 반응은 냉랭했다.1기 신도시 정비사업의 핵심지로 꼽히는 군포 산본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선도지구 지정 이후에도 대형건설사들이 "수익성이 검토되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겠다"는 보수적인 태도를 고수하면서 현장설명회 이후 실제 입찰에는 대거 불참하는 현상이 지난해 말까지 반복됐다.리모델링 사업장 역시 공사비 증액의 직격탄을 맞았다. 안양 평촌의 한 재건축 사업단지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사비 문제로 시공사 선정이 지연되면서 결국 건설사가 입찰을 포기하거나 조건을 대폭 상향하며 조합과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1기 신도시 리모델링 1호 사업지였던 평촌 목련 2단지는 분담금이 당초 예상보다 두 배 이상으로 급등하면서 사업 자체가 좌초 위기에 처했다. 해당 사업지는 현재 경쟁입찰이 무산돼 수의계약 체결 절차를 밟는 등 공사비 조건을 재조정하는 단계다.이와 대조적으로 건설업계의 시선은 철저히 강남권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 22차의 경우 평당 공사비가 역대 최고 수준인 1300만원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수주전이 성사됐다. 수도권 중급지는 800만원 선의 공사비로도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는 극단적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으로 인해 수도권 중급지는 평당 800만원을 받아도 분양가 상한제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남는 게 없는 구조"라며 "브랜드 가치를 지킬 수 있는 강남 3구나 한강변 랜드마크가 아니라면 굳이 리스크를 안고 수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수주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수도권 외곽 지역 조합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시공사 선정이 지연될수록 사업비 대출 이자 등 금융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시공사를 구하지 못한 일부 조합은 컨소시엄을 허용하거나 책임준공 확약 조항을 완화하는 등 고육지책을 내놓고 있지만 건설사들의 높아진 수주 문턱을 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확보가 불확실한 사업장은 건설사가 과감히 발을 빼면서 수도권 주택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강남권은 고액의 공사비를 지불할 여력이 있어 사업이 진행되지만 수도권 중급지는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사업 자체가 좌초될 위기에 처한 곳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정비사업 시장의 '강남 쏠림' 현상은 당분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건설사들이 수익성과 상징성에 기반해 사업지를 엄격히 선별하면서 수도권 정비사업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주거 환경 양극화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