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개선 기업 중심 현금배당 확대'돈 버는 바이오' 등장에 주주환원 본격화상폐 기준 강화-동전주 퇴출방안에 바이오 '직격탄'약가인하 추진 불씨 여전 … 업계 체질 개선 긴장 지속
  • ▲ 제약 이미지. ⓒ연합뉴스
    ▲ 제약 이미지. ⓒ연합뉴스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한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연초부터 대규모 '현금배당 보따리'를 풀고 있다. 실적 개선이 확인된 전통제약사뿐만 아니라 '돈 버는 바이오'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연구개발 투자를 명분으로 배당에 보수적이던 업계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이 나온다.

    '배당잔치'를 벌이는 한편에서는 금융당국의 상장폐지 요건 강화와 약가인하 정책으로 생존전략 마련에 안간힘을 쏟는 기업들도 수두룩하다. 한계기업을 정리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선별해 업계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는 일부 동의하지만, "기술 잠재력을 단기 수치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전통제약사들의 주주환원정책이 올해도 이어지면서 배당주 성격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유한양행은 2025년 결산 배당에서 보통주 1주당 600원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약 449억원으로, 전통제약사 가운데 상위권에 올랐다.

    앞서 유한양행은 지난해 보통주 1주당 5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한 데 이어 2027년까지 평균 주주환원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자사주 1% 소각과 주당 배당금의 단계적 증액을 예고한 만큼 이 같은 주주환원정책이 대형 전통제약사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종근당, GC녹십자, 한미약품 등 주요 제약사들의 주주가치 제고도 기대된다. 지난해 종근당은 주당 1100원, GC녹십자는 주당 1500원, 한미약품은 주당 125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이들 기업 모두 지난해 실적 개선에 성공한 만큼 올해 배당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대형 바이오주와 플랫폼 기업으로 번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12월 보통주 1주당 750원 총 1640억원 규모의 역대 최대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자사주 소각을 포함하면 올해에만 1조원 이상의 재원을 주주환원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본격적인 수익 궤도에 오른 알테오젠도 현금배당 대열에 합류했다. 알테오젠은 2월11일 이사회에서 보통주 및 우선주 1주당 371원 총 200억원 규모의 첫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한 성과를 주주들과 공유하기 위해 비과세 배당 재원을 활용해 이번 현금배당을 단행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세제 개편을 통한 고배당 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 시행으로 현금배당을 확대하는 제약·바이오기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당성향이 25% 이상이면서 전년대비 배당액이 10% 이상 증가할 경우 배당소득 분리과세 적용 대상이 되는 만큼 주주들의 절세효과도 기대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 대부분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기조가 강한 제약·바이오산업 특성상 최근 배당 확대는 기업들의 실질적인 현금창출능력이 일정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고배당 상장기업에 대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시행과 자사주 소각에 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올해도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 노사 현장간담회. 사진=성재용 기자. 260122 ⓒ뉴데일리
    ▲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 노사 현장간담회. 사진=성재용 기자. 260122 ⓒ뉴데일리
    다른 한편에서는 약가인하와 상장폐지 요건 강화 등 정부 정책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실적을 낸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제약·바이오산업의 양극화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상장폐지요건을 강화하고 있다. 애초 당국은 내년 1월부터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의 코스닥기업(코스피는 300억원)을 상폐 대상으로 지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규제 강화 차원에서 올 하반기로 계획을 앞당겼다. 2월20일 종가 기준으로 제약·바이오 상장사 34곳이 상폐 대상에 포함된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상폐 시총 기준이 코스닥 300억원, 코스피 500억원으로 상향된다. 매출 기준도 부담 요인이다. 시총 600억원 미만 기업은 올해부터 매출액을 50억원 이상 달성해야 한다.

    여기에 최근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 퇴출방안까지 내놨다. 동전주의 경우 일반적으로 펀더멘털이 취약하고 주가 변동성이 커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당국은 상장 문턱을 낮추면서 퇴출은 쉽게 이뤄지는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를 제도화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시장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조치는 무엇보다 바이오기업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상폐 요건에 해당하는 34개사 중 신약개발 등 연구개발 중심의 바이오기업은 14곳이다.

    신약개발부터 파이프라인 구축 등에 막대한 자금이 동원되는 업계 특성상 이들의 자본시장 의존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대다수가 '기술이전'을 주된 수익원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상폐시 심각한 자금난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낙인효과'다. 대다수 업체가 기술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상장한 '기술특례상장기업'이라는 점에서 한 번 퇴출당할 경우 다시 제도권으로 진입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2022년 기준 기술특례상장기업은 모두 171개사로, 이 가운데 101개사가 바이오기업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업계도 타격이 있겠지만, 바이오업계의 경우 한 번 상폐가 되면 다시 재기하기 어렵다"며 "바이오업계에 있어 상장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약가인하 정책까지 현실화할 경우 업계에서는 '줄폐업'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약가인하가 2월20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안건에서 제외되며 제동이 걸렸지만, 재논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위기다.

    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 관련 소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을 올리지 않았다. 애초 올해 업계 최대 현안으로 꼽히던 대규모 약가 조정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논의 자체가 보류되면서 정책 추진에 일시적 제동이 걸린 셈이다.

    정책을 최종심의·의결하는 기구인 건정심 안건에서 이번 사안이 제외된 배경에는 일괄적·대규모 인하가 연구개발 투자 위축과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업계 반발이 일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약가인하가 단기 재정 절감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제약·바이오산업의 고용과 투자에 미칠 파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 내부에서도 제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결정이 '정책 철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긴장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3월 이후 재정 상황과 정책 우선순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안건을 다시 상정할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제 건강보험 재정 관리 필요성이 지속 제기되고 있는 만큼 약가 조정 논의 자체가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선이 상존한다.

    실제 시행될 경우 전통제약사들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또 바이오기업의 주된 고객층이 제약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제약·바이오업계의 연쇄적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복지부가 현장 의견을 다시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상황인 만큼 인하폭과 시행시기 등 세부 내용에 대해 현장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구조 개편 방향 자체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지만,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기준이 적용될 경우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까지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영세업체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속도와 강도가 지나치다. 기술력 있는 기업이 시장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곧바로 퇴출하는 건 가혹한 처사"라며 "실패가 용인되는 산업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