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 제조원가 상승 압력원부자재 항공 운송 의존도 높아 비용 부담 가중지정학 리스크 확대 … 주가 변동성 심화 가능성필수의약품 안정 공급 체계 재점검 필요성 부각
  •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보복 대응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는 등 중동 정세가 악화 중인 가운데 충돌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 연합뉴스. ⓒ연합뉴스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보복 대응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는 등 중동 정세가 악화 중인 가운데 충돌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 연합뉴스.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보복 대응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는 등 중동 정세가 악화 중인 가운데 충돌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태가 길어지면 원료의약품 수입 차질과 물류비 상승, 투자 위축이 겹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수익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필수의약품 공급망 안정성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장기화하면 제약·바이오 글로벌 공급망이 위축되고 수출·입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태로 인해 국제유가는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7시 기준으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 대비 6.0%, 북해산 브렌트유는 6.6% 상승했다. 전날보다 상승폭은 다소 축소됐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길어질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원료의약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특성이 있어 추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23년 기준 25.6%에 불과했다. 2024년 자급률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30% 정도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2020년 36.5%, 2021년 24.4%, 2022년 11.9%로 하락한 뒤 이듬해 상승 반전했으나, 일본(50~60%), 유럽(40~50%) 등과 비교하면 높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전쟁이 계속된다면 운송 등 수입 과정에서 수급이 어려워지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로, 물류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걸프 지역에는 두바이, 도하 등 항공 물류의 허브도 포함돼 있다. 이란은 2일(현지시각)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봉쇄하고 통과하려는 선박을 불태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국내 바이오기업은 원부자재를 해외에서 공급받는데 비용 상승이나 일정 지연 등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전쟁으로 유가가 오르고, 항공기가 걸프 지역을 우회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 원부자재는 냉장·동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항공 운송을 하는 경우가 많다. 두바이, 도하 등은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항공 물류의 요충지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측은 "중동 전쟁으로 항공편이 감축되거나 항로 변경, 항공 폐쇄 및 입항 회피 등 조치가 있을 경우 제품 공급일정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전쟁으로 인해 중동 국가들이 외화 반출 제한이 강화되면 대금 지연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 발발한 국가에 수출하는 기업들이 조금 더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고, 기업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주변국들은 그에 따른 부대적인 영향이 조금 있으리라 예상한다"고 부연했다.

    의약품 부족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실질적으로 의약품 부족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수요 급증과 공급망 문제로 인해 타이레놀 품귀 현상이 생겼던 게 국내 원료의약품의 해외의존도 문제를 잘 보여준다"며 "바이오기업은 시설 유지비가 크기 때문에 물류 차질이 장기화하면 매출원가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바이오기업은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가 기업가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구조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자금 조달 환경도 악화할 수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있는데 사태가 길어지면 원료의약품 수입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생겨 상대적으로 불안전자산인 제약·바이오산업의 투자심리가 악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부가 업계의 피해를 조사하면서 지원하고 한국무역협회부터 한국무역보험공사까지 산업계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데 업계 영향을 예측해서 대비책을 잘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관계 부처와 관계 기관들은 업계 피해 가능성을 점검하는 한편, 무역보험과 금융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인 가격 변동을 넘어 필수의약품 안정 공급 체계와 원료의약품 국산화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