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 봉쇄 여파 국제 유가 배럴당 80달러 돌파"유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하면 세계 경제 침체 빠질 것"한국 원유 70.7% 중동에서 수입 … 소비자물가 이미 상승전쟁 장기화 되면 '스태그플래이션' 공포 현실화 가능성도
  • ▲ 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2026.03.05. ⓒ뉴시스
    ▲ 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2026.03.05. ⓒ뉴시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는 등 급등하고 있다. 중동 전쟁 리스크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급등이 환율 상승, 금융시장 급락,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장기 침체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정유 업계 등에 따르면, 5일 오후 2시 30분 현재(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9.31% 폭등한 배럴당 81.6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WTI가 81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4년 6월 이후 처음이다. 브렌트유 선물도 5.07% 급등한 배럴당 85.53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준으로 국제유가는 이번 주에만 20% 이상 폭등했다.

    운전자 단체 AAA는 미국의 소매 휘발유 가격은 이번 주 거의 27센트 상승해 갤런당 3.25달러에 달했으며, 휘발유 가격이 이 정도 규모로 급등한 것은 2022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3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수준을 넘어 인근 바다에 있는 유조선을 공격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을 불태울 것"이라며 "이 지역에서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건너는 상선을 미군이 호위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란이 해안 절벽이나 동굴에 숨겨진 미사일을 무차별 난사할 경우 미군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문제는 이란이 결사 항전 의지를 밝히면서 전쟁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국제 유가 급등이 지속돼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대외 상황에 민감한 한국 경제도 동반 추락할 수 있다. 한국은 원유의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

    월가에서 '헤지펀드 귀재'로 불리는 댄 나일스 나일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창립자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5일(현지 시각) 미국의 경제 전문매체 CNBC에 출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이란 전쟁이 한 달 안에 끝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한 달 이상 장기간 지속된다면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고, 이 경우 세계 경제는 침체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살제 국제 유가 급등 여파는 한국의 실물 경제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장 서민 생활에 직결되는 먹거리 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5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전날 기준 소·돼지·닭고기 등 축산물 평균 소비자 가격이 1년 전보다 큰 폭으로상승했다. 돼지 삼겹살은 100g 당 2637원으로 1년 전보다 13.5% 올랐고, 목심은 2442원으로 14.5% 상승했다. 비교적 저렴한 앞다리도 1548원으로 11.8% 올랐다. 한우도 안심(1등급)은 1만5247원, 등심은 1만2361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0.8%와 13%씩 올랐다. 닭고기(육계)도 kg 당 6263원으로 11.1% 올랐으며 계란 한 판(특란) 가격 상승률도 5.9%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6일 오전 8시 기준 리터(ℓ)당 1847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보다 12.80원 올랐다. 국내 휘발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했던 2022년 이후 처음이다.
  • ▲ 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축산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6.03.05. ⓒ뉴시스
    ▲ 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축산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6.03.05. ⓒ뉴시스
    전문가들은 전쟁이 장기화되고 유가 상승이 지속되면 원달러 환율은 또다시 1500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 수입 물가가 상승하고 여기에 유가 상승까지 겹칠 경우 국내 물가 압력은 더 커진다. 

    이럴 경우 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래이션이 현실화 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최근 수입물가지수는 143.29로 7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6개월 연속 2%대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

    씨티그룹이 3일 발간한 '유가 상승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점검 및 2월 반도체 수출 호조' 보고서에 따르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82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약 0.45%포인트(p)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유가가 평균 100달러까지 상승할 경우 물가는 약 1.1%p 상승하고 성장률은 0.3%p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플레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의 대출 금리도 인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4일 기준 연 3.765%로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달 27일 대비 0.193%p 올랐다. 하나은행의 5년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도 지난달 말 4.282~5.482%에서 이날 4.435~5.635%로 0.153%p 올랐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중동 전쟁이 장기회돼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르게 되면 국내 수입 물가가 올라 소비자물가 인상으로 이어지고, 무역 수지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처럼 악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 수입 물가가 일단 올라가고, 물가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그러면 경기가 침체되고 스테그플레이션이 오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2년 러우 전쟁 당시엔 물가가 오르자 금리를 높였지만, 지금은 경기가 침체돼 있기 때문에 금리를 높이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정책 수단이 별로 없기 때문에 2022년보다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