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에 유조선 올스톱'산업의 쌀' 에틸렌 생산 불가능뒤처진 정부 대응 … 경쟁국과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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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수 석유화학산업단지 전경.ⓒ여수시
글로벌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중동 지역 산유국들이 감산에 들어간 이유에서다. 국내 나프타 재고가 2~3주 분량 뿐인 상황에서 여천 NCC가 '불가항력' 선언을 하는 등 석유화학 업계에 잇따른 나프타 대란이 불가피해보인다.9일 외신에 따르면, 8일(현지시각)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16.19% 오른 배럴당 107.70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1월 60달러 선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두 달 만에 두 배 가까이 치솟은 수치다.가장 먼저 비명이 터진 곳은 여수산단이다.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 기지인 여천NCC가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원자재 재고를 최소화했던 여천NCC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나프타 반입이 중단되자 계약 이행이 불가능해진 상태다.산업통상부와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석유화학 기업이 보유한 나프타 재고는 약 2주 분량에 불과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가동률 하향 조정을 넘어 셧다운 사태가 도미노처럼 번질 전망이다.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은 유가 폭등 국면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를 열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소재를 생산하는 NCC 공정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이 공정에서 유가 상승은 곧바로 원가 부담으로 직결되는 구조다.실제로 나프타 가격은 지난 5일 기준 톤당 698.70달러 로 상승했으며, 전날 대비 3.92% 증가한 수치였다. 특히 중동 외 지역에서 대체 물량을 도입하려 해도 물류비와 대금 부담이 커 수익성 보전이 어려운 상태다.수급 상황은 더욱 절망적이다. 현재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 나프타의 54%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으며, 전체 원유 수입 비중의 70%가 중동에 쏠려 있다. 현재 해당 해협을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이 전무한 상황에서 재고마저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산업 생태계 전체가 멈춰 설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 ▲ 여천NCC 여수 제2사업장ⓒ여천NCC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수출 물량의 내수 전환 등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중동 외 물량 확보, 공동 비축 우선 구매권 행사 등의 조치를 사전에 준비하고 필요할 경우 비축유 방출을 통해 신속히 대응한다는 방침을 내놨다.지난 8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정유사와 함께 있는 석화 기업의 경우 여유가 있지만 여천NCC는 석화 중심으로 돼 있어 더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며 "조만간 나프타 관련 내용에 대해서도 조만간 준비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하지만 대응 속도 면에서 주변국에 뒤처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 이미 정부 차원에서 비축유 방출 지시를 현실화하며 속도전에 나선 반면 우리 정부는 이제 막 대책 마련과 수급 점검에 들어간 상태다.일각에서 제기되는 정유사 수출용 나프타의 내수 전환 카드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물량을 돌릴 경우 정유사의 실적 악화는 물론 해외 거래처와의 통상 마찰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석화업계는 이미 중국의 증설 폭탄과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석화산업 재편을 앞두고 있던 상황이다. 이번 이란발 지정학적 위기와 나프타 대란은 단순한 단기 수급 불안을 넘어 기초 유분 중심인 국내 석화업계의 약점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