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홍보 위반에 대우·롯데 2파전 '백지화'… 수개월 사업 지연 불가피이미지 실추 우려하는 조합원들 "투명성 확보해 전화위복 계기 삼아야"입찰 무효 통보에 투자자들 눈치싸움 돌입… 실제 계약 속도 확연히 둔화
  • ▲ 서울시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 재개발 사업 현장 모습.ⓒ사진=신유진 기자
    ▲ 서울시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 재개발 사업 현장 모습.ⓒ사진=신유진 기자
    한강변 '65층 마천루'를 꿈꾸던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성수4지구)가 시공사 선정 입찰 무효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으며 사업 추진에 급제동이 걸렸다. 서울시의 강력한 '클린 수주' 원칙 앞에 1조3000억원 규모 초대형 수주전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현불확실성이 감도는 상황에서 팽팽한 눈치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조합원들은 특정 건설사에 대한 지지보다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실리 확보를 요구하는 가운데 오는 13일 열릴 대의원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9일 찾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성수4지구. 대로변을 따라 연식이 오래된 간판을 단 저층 상가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건물 외벽은 페인트가 벗겨져 시멘트 구조가 드러나 있고 낮은 상가 건물 뒷편으로는 인근의 고층 단지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주택가 안쪽 길은 성인 세 명이 나란히 지나기 어려울 정도로 폭이 좁고 위로는 뒤엉킨 전선들이 하늘을 가렸다. 갈라진 보도블록 사이에는 낡은 집기들이 무질서하게 놓여 있는 등 기반시설의 노후화가 심각해 정비가 시급해 보였다.

    이곳은 당초 대형 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지던 현장이었다. 올 2월9일 최종 시공사 입찰에서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제안서를 제출하며 2파전 구도가 형성됐지만 지난 5일 서울시가 건설사들의 개별 홍보 지침 위반 등을 근거로 입찰 무효를 판단하면서 사업은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

    서울시는 양사의 개별 홍보 활동을 확인하고 이를 성동구청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조합은 오는 3월13일 대의원회를 열고 입찰 무효 확정 및 재입찰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 재공고부터 현장설명회, 최종 입찰까지 통상 수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사업 지연은 불가피해졌다.
  • ▲ 성수4지구 일대 골목길 모습.ⓒ사진=신유진 기자
    ▲ 성수4지구 일대 골목길 모습.ⓒ사진=신유진 기자
    사업 지연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수요문의가 이전만 못 하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성수역 인근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전용 84㎡(34평형) 무상 배정이 가능한 32억원대 매물 등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기 수요가 있다"며 "성수지구는 투자자 비중이 높아 사업 지연보다는 확실한 물건을 선점하려는 심리가 더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문의는 여전하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속도는 확실히 느려졌다. 시공사 재입찰 일정이 불투명해진 탓에 투자자들이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자'는 식으로 태도를 바꿨다"며 "13일 대의원회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눈치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뚝섬역 인근 G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사업 지연 리스크가 생긴 만큼 실제 매수 상담 문의는 확실히 전보다 조심스러워진 분위기"라고 말을 아꼈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 역시 실리적인 '공정 경쟁'을 촉구했다.

    주민 김모씨는 "재개발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인데 이번 사태로 일정이 밀리게 돼 걱정이 크다"며 "금융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 하루빨리 상황이 정상화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씨는 "일부에서 특정 건설사를 밀어준다는 이야기가 들리지만 대다수 조합원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우든 롯데든 역량 있는 시공사들이 많이 참여해야 우리 주민들에게 유리한 조건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우리 구역이 가장 속도가 빨랐던 만큼 이미지 실추가 우려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투명성이 확보돼 '성수동 대장주'라는 이름에 걸맞은 결과가 나오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 ▲ 성수4지구 일대 모습.ⓒ사진=신유진 기자
    ▲ 성수4지구 일대 모습.ⓒ사진=신유진 기자
    중개업소와 주민들의 서늘해진 시선에 조합과 건설사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사태 수습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당국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며 재입찰이 진행될 경우 조합원들에게 최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제안을 다시금 면밀히 준비해 참여하겠다"고 밝혔고 롯데건설 역시 "정부의 '클린 수주' 가이드를 철저히 준수할 것이며 향후 과정에서도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성수4지구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태로 전체적인 일정이 늦어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오는 13일 열리는 대의원 회의를 통해 향후 재입찰 일정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219-4 일대에 위치한 성수4지구는 약 8만9828㎡ 부지에 재개발을 통해 지하 6층~지상 65층, 총 1439가구(임대주택 268가구 포함)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조합이 제시한 총공사비는 약 1조3628억원으로, 한강변 입지와 초고층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역대급 규모의 정비사업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