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환율 '절반 오류' 7분 … 수백억 환전 거래 체결4만명에 1만원씩 지급, 100억 사고에 4억 보상 논란거래 취소 과정서 사유재산권 침해 논쟁 확산보상보다 중요한 건 기준·재발 방지 … 디지털 금융 신뢰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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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스뱅크
    토스뱅크가 '엔화 반값 환전 오류' 사태에 대해 고객 1인당 1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보상안을 내놓았다. 환율 시스템 오류로 혼란을 겪은 데 대한 '성의 표시'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 조치를 두고 고개를 갸웃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100억원대 금융 사고에 대한 대응으로 과연 적절한 수준이냐는 근본적인 의문 때문이다.

    이번 사고는 지난 10일 토스뱅크 환율 고시 시스템 오류로 발생했다. 약 7분 동안 엔화 환율이 실제의 절반 수준으로 표시됐고 그 사이 수백억원 규모 환전 거래가 체결됐다. 은행 측 잠재 손실만 1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뱅크는 사고 직후 거래를 취소하고 이미 판매된 엔화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후 환전 거래가 체결된 고객 약 4만명에게 1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전체 보상 규모는 약 4억원 수준이다.

    문제는 이 조치가 '보상'이라기보다 사실상 '위로금'에 가깝다는 점이다. 거래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고객에게 동일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수십만원을 환전한 고객과 수천만원 규모 거래가 체결된 고객이 동일한 금액을 받는 구조다.

    금융사 시스템 오류로 발생한 사고에서 일정 수준의 정액 보상이 이뤄지는 사례는 적지 않지만, 이번 경우에는 어떤 기준으로 금액이 산정됐는지 명확히 설명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실질적 피해 보상이 아니라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최소 비용 대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더 큰 논란은 거래 취소 과정이다. 일부 고객들은 정상적으로 체결된 거래를 은행이 사후적으로 취소한 것이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전자금융거래법과 약관에 따른 정정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가격 오류가 '10분의 1'이 아니라 절반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법적 논쟁 여지가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해외 금융사 대응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뚜렷하다. 영국 바클레이스나 네이션와이드 등은 전산 장애나 결제 오류 발생 시 단순 불편에 대해서도 수십억원 규모의 집단 보상을 진행한 사례가 있다. 물론 사고 성격이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보상 기준과 책임 공개 측면에서는 훨씬 투명한 접근이었다는 평가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사실 1만원이라는 금액 자체가 아니다. 왜 그런 금액이 산정됐는지, 어떤 기준으로 거래가 취소됐는지, 재발 방지를 위해 무엇을 바꿨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해외 주요 은행들은 전산 장애나 거래 오류 발생 시 단순 보상보다 사고 원인 공개와 재발 방지 체계 설명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이유다.

    디지털 금융 시대에는 몇 분의 시스템 오류가 수백억원 규모 거래로 이어질 수 있다. 그만큼 금융사의 내부 통제와 사고 대응 방식에 대한 시장의 기대 수준도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단순 사과문이나 위로금 지급을 넘어 사고 원인 공개와 책임 구조 정리, 재발 방지 체계 구축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100억원대 사고에 1만원 위로금. 토스뱅크의 이번 대응이 디지털 금융 시대 소비자 보호의 기준이라면 금융권의 신뢰는 생각보다 더 쉽게 흔들릴 수 있다. 금융 소비자의 신뢰는 위로금이 아니라 설명과 책임에서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