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출액 114억달러 역대 최대ODM 업계 수장까지 기술 보호 필요성 지적인력 이동 과정서 제형 기술·영업비밀 분쟁 이어져위조·모방 제품 확산까지 "기술 보호 체계 강화해야"
  • ▲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화장품미용산업박람회 및 국제건강산업박람회를 찾은 외국인 바이어와 관람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는 모습. ⓒ연합
    ▲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화장품미용산업박람회 및 국제건강산업박람회를 찾은 외국인 바이어와 관람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는 모습. ⓒ연합
    K뷰티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핵심 기술을 둘러싼 인력 유출과 기술 탈취 문제가 업계의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업계를 이끄는 수장까지 공개적으로 우려를 제기할 정도로 기술 보호 문제가 산업 전반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31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2.3% 증가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화장품 수출은 2024년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산업 성장과 함께 핵심 기술을 노린 인력 유출과 기술 탈취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윤상현 콜마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서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열린 산업통상부 주재 민관합동 수출확대회의에서 "최근 핵심 기술을 겨냥한 인력 유출과 기술 탈취 시도가 빈번해지며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윤 부회장의 발언은 최근 K뷰티 산업을 둘러싼 기술 유출 논란이 잇따르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 업계는 10여년 전부터 국내 유명 화장품 기업 출신 인력을 적극 영입하거나 한국 브랜드를 인수하며 제조 기술 확보에 나서왔다.

    2016년 중국 화장품 업체 자연당(自然堂)이 아모레퍼시픽 계열사 대표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한 사례와 상하이자화가 2015년 LG생활건강·애경산업 출신 인력을 기존 연봉의 두세 배 수준으로 영입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중국 화장품 제조 기술이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도 한국에서 영입한 연구 인력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연구 인력 이동 과정에서 제형 기술과 영업비밀을 둘러싼 법적 분쟁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콜마의 경우 자사 직원들이 이탈리아 화장품 ODM 업체 인터코스 한국법인으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선케어 제품 관련 주요 영업비밀을 무단 반출했고 민·형사 소송 끝에 승소했다.

    해당 직원들이 입사한 2018년 한 해 동안 식품의약품안전처 심사를 받은 인터코스의 선케어 제품은 44건이었고 관련 매출은 약 460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화장품 업계의 기술 탈취나 인력 유출 규모를 정확히 집계한 공식 통계가 없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기술 유출 피해를 입증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 부담 때문에 적절한 법적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나아가 위조·모방 제품 확산도 산업의 또 다른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기업의 위조상품 무역 규모는 약 11조1000억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화장품 비중은 약 15%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온라인상에서 차단된 위조상품 거래는 13만7000여 건에 이르고 상표 무단선점 의심 사례도 56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K뷰티 인기가 높아지면서 해외에서 국내 브랜드를 모방한 제품과 유통 사례도 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K뷰티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만큼 기술 보호 체계 역시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화장품 산업은 단순 소비재를 넘어 제형과 원료 기술 경쟁이 치열한 기술 집약 산업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특허청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관련 특허 출원은 매년 1만건 이상, 많게는 1만4000건 수준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산업은 제품 개발 주기가 짧고 제형 기술이 핵심 경쟁력인 만큼 연구 인력 이동이 곧 기술 경쟁력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며 "K뷰티 산업이 성장할수록 기술 보호와 지식재산 관리 중요성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도 "자본 이동과 인력 이동에 따른 기술 유출 위험을 낮추기 위해 주요국들이 기술 보호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처벌 수준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