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형 금통위원 기자간담회 "사태 장기화 여부 변수 … 한국경제 충격 규모 불확실""6개월 점도표, 시장과 정책 커뮤니케이션 강화 기대"
  • ▲ 이수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17일 오전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 이수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17일 오전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판단이 한층 복잡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동 사태가 물가에는 상방 압력을, 성장에는 하방 압력을 동시에 가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의 1500원대 등락도 맞물리면서다.

    이수형 금통위원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란 사태는 물가 측면에는 상방 리스크, 성장 측면에는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정책 대응 방향을 단정적으로 제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경제전망에서 브렌트유를 배럴당 64달러 수준으로 가정했지만, 최근 유가는 이를 크게 웃돌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 위원은 "석유, LNG, 나프타처럼 여러 산업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기초 원자재의 수급 문제가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격 수준 자체도 중요하지만, 상승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라며 "사태가 조기에 종결될지, 장기화될지에 따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의 크기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 대응 역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비용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과 경제주체의 위축에 따른 성장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른바 '이질적 충격' 성격이 강해서다. 이 위원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경제활동의 기본 투입 비용이 높아져 성장 측면에서는 하방 위험이 커진다"며 "수요 측 하방 압력과 공급·비용 측 상승 압력 중 어느 쪽이 더 지배적일지, 정책이 어느 정도 반응해야 할지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환율에 대해서는 중동 사태 이전과 이후를 구분해 설명했다. 그는 "사태 이전에는 수급보다는 기대 요인이 크게 작용하며 원화 약세가 나타난 측면이 있었다"며 "경상수지가 견조하고 해외자산도 충분해 달러가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거주자의 해외투자 확대와 환율 상승 기대가 맞물리며 원화 약세를 키우는 악순환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근 환율 상승은 대외 변수 영향이 크다고 봤다. 그는 "이란 사태를 제외해 놓고 보면 경상수지 흐름은 여전히 견조하고, 거주자 해외투자도 상당 부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지금이 아주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초 1480원대 환율에 대해 "기대가 한쪽으로 쏠리며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며 당시 수준이 우리 경제 펀더멘털 대비 지나쳤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시장금리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올해 2월 처음 공개된 '6개월 점도표'의 효과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기준금리 결정이 단기물에는 비교적 빠르게 반영되지만 6개월 이상 구간에서는 영향력이 상당히 줄어든다"며 "시장참가자들이 향후 정책 방향을 우려할 때 숫자로 보여주는 점도표가 더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자신을 둘러싼 갑질 논란에 대한 질문에 "한국은행과 금통위에 소속된 사람으로서 불미스러운 디스커션 자체가 나온 데 대해 송구스럽다"면서도 "내용에 대해서는 계속 설명할 부분이 있어 충분히 소명했다"고 짧게 답했다.

    앞서 이 위원은 관용차 기사에게 사적 심부름을 시키고 법인카드를 부적정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으며, 한은은 일부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 사례를 확인해 금액을 환입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