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두 달 만에 0.1%p 상승 … 가파른 증가세고금리·고유가 여파에 취약 차주 상환 부담 확대건전성 부담에도 포용금융 지속 … 리스크 확대 우려
  • ▲ 은행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며 금융권 전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 연합뉴스
    ▲ 은행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며 금융권 전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 연합뉴스
    은행 대출 연체율이 11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며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뿐만 아니라 중동 리스크로 인한 고유가, 고물가 등으로 한계 차주들의 상환 능력은 임계점에 달한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오히려 대출 문턱을 낮추는 '포용금융' 압박을 강화하고 있어, 자칫 금융권 전반의 부실 폭탄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연체율은 0.46%를 기록했다. 불과 두 달 만에 0.1%포인트(p) 급등한 수치로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과 가계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차주가 속출하고 있다. 1월 말 기준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82%로 전월 대비 0.1%p 올랐고, 중소법인(0.89%)과 개인사업자대출(0.71%) 연체율 역시 각각 0.1%포인트, 0.08%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연체율도 0.09%포인트 뛴 0.84%로 집계됐다.

    이처럼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하는 차주가 급증하면서, 제때 이자도 내지 못하는 악성 부실대출(무수익여신)도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총 3조8468억원으로 전년 대비 21%나 급증했다. 고금리 장기화에 고유가 악재까지 겹치며 실물 경제의 타격이 고스란히 은행 건전성 악화로 전이되고 있는 셈이다. 무수익여신은 90일 이상 연체가 발생했거나 부도 업체 등에 내준 대출로, 차주가 이자조차 갚지 못하고 있는 부실대출을 의미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시장 금리가 다시 뛰며 차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은행채 1년물과 5년물 금리는 각각 0.133%포인트, 0.335%포인트 상승했다. 앞으로 시장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출 부실 위험도 더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건전성이 악화되는 국면에서도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을 내세워 빚을 더 내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는 점이다. 취지에는 공감하더라도, 리스크 관리와 정책 방향이 엇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은행권은 서민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 대출을 5조1000억 원 규모로 공급하기로 했으며, 대환대출과 우대금리를 적용한 각종 포용금융 상품 출시 경쟁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신용도가 낮고 상환 능력이 떨어진 기업과 소상공인, 가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확대하는 것은 부실 위험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물경제 위축을 막기 위해 포용금융을 더 확대할 것으로 보여 하반기 연체율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쟁으로 인해 대외적 불안정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건전성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취약 차주에게 빚을 더 내어주는 현재의 포용금융 정책은 부실 뇌관을 키울 수 밖에 없다"며 "결국 하반기 은행권 전반의 대규모 대손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