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NPL 매각 1조9168억원 … 전년비 17.7% 증가4대 은행 요주의여신 7.9조·고정이하여신 4.5조 … 건전성 지표 악화자영업·중소기업 연체, 상업용 부동산서 산업자산으로 전이코로나 만기연장 종료 후에도 구조조정 지지부진 … 부실 누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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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영업은 우리나라 경제 구조에서 허리 역할을 해 왔다. 은퇴자는 일자리의 '퇴로'를 자영업에서 찾고, 최근에는 젊은층마저 취업의 길로 자영업을 찾는다. 대기업이 수출의 첨병 역할을 한다면, 자영업은 내수의 골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자영업이 너무 빠르게 쇠락해가고 있다. '몰락'이라는 단어를 써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가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재기의 길을 찾지 못하던 자영업은 구조조정이 되지 못한 채 빚으로 연명하고, 대출 이자마저 갚지 못해 하루하루를 넘기기 힘들 정도가 됐다. 자영업이 부실 폭탄의 거대한 뇌관이 된 것이다. 뉴데일리는 설 연휴를 앞두고 자영업의 부실 실태를 진단하는 시리즈를 준비했다. [편집자주]


    자영업 부실이 금융권의 숫자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버티던 대출이 연체로 바뀌고, 연체는 다시 부실채권(NPL)으로 쌓인다. 은행들은 앞다퉈 부실채권을 시장에 내놓고 있지만, 정작 자영업 구조조정은 제자리걸음이다. 

    코로나 이후 빚으로 연명해온 자영업이 이제 금융 시스템의 부담으로 전이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경고가 나온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상환 여력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은행권 건전성 지표에도 균열이 뚜렷해지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은행권 NPL 매각 규모는 미상환 원금(OPB) 기준 1조 916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7.7% 증가한 수치다. 매각 초기 집계 기준으로는 2조원을 넘어, 분기 기준으로도 이례적인 물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들이 앞다퉈 부실채권을 시장에 내놓는 배경에는 연체 지표의 뚜렷한 악화가 있다.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요주의여신(연체 1~3개월)은 7조9000억원,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은 4조 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요주의여신은 1년 새 11% 늘었고, 고정이하여신은 4년 만에 최대치다.

    ◆ 자영업 연체, 상가 넘어 공장까지 번진다

    부실의 출발점은 자영업이다. 지난해 자영업자 수는 562만명으로 1년 새 약 4만명 감소했다. 감소 폭은 2020년 이후 가장 크다. 진입은 줄고 있지만, 이미 시장에 들어온 자영업자들의 재무 상태는 더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 기간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로 버텨온 대출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가 오르고 매출 회복은 지연되면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자 중 3개월 이상 연체 중인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16만6562명(전체의 5.0%)에 달합니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은 20명 중 1명은 3개월 이상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얘기다.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최근 5년 사이 3배 이상 급증했으며,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들의 대출 규모도 5배 가까이 불어나면서 상호금융·저축은행 등 비은행권 건전성 악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 부채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어려움에 그치지 않고 소비 침체와 고용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연체는 상가와 음식점에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 은행권 NPL 매각 물량에는 공장과 산업용 자산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올해 1분기 매각한 NPL 가운데 약 60%가 공업용 자산으로 파악됐다. 자영업 부실이 중소 제조업과 협력업체로 전이되는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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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조조정은 멈춰 있고, 리파이낸싱만 반복

    문제는 구조조정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로나 이후 정부와 금융권은 만기 연장과 대출 재조정을 반복해 왔다. 단기 충격 완화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그 사이 부실은 누적됐다. 실제로 자영업자가 폐업할 당시 평균 부채는 1억원을 넘고, 폐업 비용만 2000만원 이상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럼에도 본격적인 업종 구조조정이나 출구 전략은 진전이 없다. 과당 경쟁 업종은 그대로 유지되고, 수익성이 떨어진 사업자는 빚으로 시간을 버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은행 역시 상각이나 정리 대신 리파이낸싱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한 NPL 투자사 관계자는 "한국은 구조조정보다 연명에 가까운 선택을 반복해 왔다"며 "이 과정에서 부실의 규모만 키워졌다"고 지적했다.

    ◆ '허리'가 무너지면 금융도 흔들린다

    자영업은 한국 경제의 허리다. 은퇴자의 퇴로이자, 청년층의 진입 통로이며, 내수의 기반이다. 이 허리가 꺾이면 금융권도 안전할 수 없다. 자영업 부실은 연체로, 연체는 부실채권으로, 부실채권은 다시 은행의 대출 여력 위축으로 이어진다.

    시장에서는 자영업 부실은 경기 순환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연체를 NPL로 넘기는 것만으로는 시간을 벌 뿐, 업종 재편과 출구 전략이 병행되지 않으면 부실은 금융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자영업 부실을 방치한 채 은행 건전성만 관리하는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며 "재기 지원과 질서 있는 퇴출을 병행하지 않으면 부실은 더 큰 파도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