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 프리미엄 만든다 … 신세계 협업은 기회”나파 톱3 도약 자신감 … 토지·설비 투자로 생산 기반 확대“와인메이커는 아티스트” … 기술 넘어선 브랜드 철학 강조
  • ▲ 미국 나파밸리 컬트 와이너리 ‘쉐이퍼’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 에이버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최신혜 기자
    ▲ 미국 나파밸리 컬트 와이너리 ‘쉐이퍼’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 에이버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최신혜 기자
    “와인을 더 잘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결국 시간과 기다림이 프리미엄을 만듭니다.”

    미국 나파밸리 컬트 와이너리 ‘쉐이퍼(Shafer Vineyards)’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 에이버리는 2025년 7월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이같이 말했다.

    신세계L&B는 지난 24일 서울 중구 하우스 오브 신세계 와인셀러 PDR룸에서 쉐이퍼 시음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만난 그는 ‘와인의 본질’과 ‘신세계와의 협업’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크리스 에이버리는 글로벌 럭셔리 와인 업계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오퍼스 원, 다리우시, 다우 등 주요 와이너리에서 세일즈·마케팅·경영을 두루 경험하며 브랜드 성장과 글로벌 확장을 이끌어왔다.

    그는 쉐이퍼의 방향성에 대해 “무엇을 더 잘 만들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며 “와인은 단기간 성과로 평가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라 최소 100년을 바라봐야 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 ▲ 시음행사에서 공개된 쉐이퍼 와인들ⓒ최신혜 기자
    ▲ 시음행사에서 공개된 쉐이퍼 와인들ⓒ최신혜 기자
    신세계와의 협업에 대해서는 ‘시간을 확보한 투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2022년 약 2억5000만달러(한화 약 3000억원) 규모에 나파밸리 프리미엄 와이너리 쉐이퍼를 인수하며 와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그는 “유기농과 지속가능성 기반 와인은 최소 7~8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신세계의 자본력은 이러한 기다림을 가능하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외부 자본이 들어오면 브랜드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시선도 있지만, 신세계는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 파트너”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쉐이퍼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인수 이후 쉐이퍼는 나파 지역 내 다양한 토양을 지닌 포도밭을 추가 확보하고 있다. 

    그는 “서로 다른 토양에서 오는 복합성을 통해 더 의미 있는 와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상당히 고가의 프리미엄 부지를 확보한 만큼 앞으로의 결과물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 ▲ 닉 홈스 글로벌 세일즈 부문 부사장이 쉐이퍼 와인에 대해 설명 중이다.ⓒ최신혜 기자
    ▲ 닉 홈스 글로벌 세일즈 부문 부사장이 쉐이퍼 와인에 대해 설명 중이다.ⓒ최신혜 기자
    생산 경쟁력 강화도 병행하고 있다. 

    크리스 에이버리는 “최신 선별 장비를 도입해 포도 품질을 정밀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레이저로 결함이 있는 포도를 선별하는 시스템을 적용해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 방식 역시 변화했다. 기존 가족 중심 의사결정 구조에서 벗어나 이사회 기반 체계로 전환되며 보다 체계적인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그는 “대량 판매 중심에서 벗어나 고객 경험을 강화하는 호스피탈리티 전략을 재정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쉐이퍼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쉐이퍼는 나파밸리에서 톱5, 나아가 톱3 와이너리로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와인메이킹 철학에 대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크리스 에이버리는 “진정한 와인메이커는 과학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가 돼야 한다”며 “기술을 넘어 감각과 균형, 철학이 결합될 때 비로소 명품 와인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 ▲ 시그니처 라인인 '원 포인트 파이브 카베르네 소비뇽 2022'ⓒ최신혜 기자
    ▲ 시그니처 라인인 '원 포인트 파이브 카베르네 소비뇽 2022'ⓒ최신혜 기자
    이날 행사에서는 쉐이퍼의 대표 와인도 함께 공개됐다.

    ‘레드 숄더 랜치 샤도네이 2024’는 향긋한 아로마와 균형 잡힌 산도가 특징으로, 지속가능성 철학을 반영한 화이트 와인이다. ‘원 포인트 파이브 카베르네 소비뇽 2022’는 블루베리 등 블랙 과실 향과 묵직한 질감이 돋보이는 시그니처 라인이다.

    ‘릴렌틀리스 시라 2021’은 연간 약 2만5000병만 생산되는 리미티드 와인으로, 장기 숙성 잠재력과 강한 개성을 갖췄다. ‘힐사이드 셀렉트 카베르네 소비뇽 2021’은 다수 빈티지가 100점 만점을 기록한 플래그십 제품으로, 이날 시음의 정점을 장식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그는 “한국은 파인 와인과 미식 문화를 즐길 준비가 된 시장”이라며 “와인을 ‘가격’이 아닌 ‘경험’으로 이해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와인은 결국 사랑과 시간이 만들어낸다”며 “쉐이퍼 역시 50년의 역사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100년을 이어갈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