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돈 벌면서 왜 안 돌려주나" 직격 … 경영진 "성장 위한 캐시 필요"HBM 주도권·사상 최대 실적 강조에도 불만 표출"HBM4 이미 양산 체계 구축" … 기술 경쟁력 자신감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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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5일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제7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표하고 있다.ⓒSK하이닉스 온라인 주주총회
SK하이닉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됐다. 공격적인 투자와 현금 축적 전략을 강조하는 경영진과 즉각적인 환원을 요구하는 주주 간 시각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25일 열린 SK하이닉스 제7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한 주주가 "영업이익을 이렇게 잘 내고도 100조원을 모아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게 주식회사라고 할 수 있느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80%에 달하는 일반 주주들은 환원을 원하고 있다"며 "주주를 위한 회사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해당 주주는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고, 과거에도 투자 명목으로 현금을 쌓겠다고 했었다"며 "돈을 벌어 'SK 월드'를 만들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이어지며 현장 분위기는 팽팽하게 맞섰다.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주주환원 의지와 함께 '현금 확보 필요성'을 동시에 강조했다. 그는 "회사는 자사주 소각 등 형태로 주주환원을 지속해왔고, 앞으로도 현금 흐름을 보며 자사주 매입 등 추가 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AI 시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캐시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곽 사장은 "현재 순현금은 약 12조원 수준으로 글로벌 탑티어 기업(90~100조원)에 비해 크게 낮은 상황"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순현금 100조원 이상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투자와 환원을 동시에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점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충분한 현금이 있어야 향후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다만 경영진은 현재를 '과도기'로 규정했다. 곽 사장은 "투자, 현금 확보, 주주환원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시기"라며 "일부 주주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낄 수 있지만 성과가 이어지면 주주환원도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
- ▲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5일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제7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SK하이닉스 온라인 주주총회
SK하이닉스는 이 날 향후 실적 전망 및 목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구상을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47조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D램은 고성능·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를 통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낸드는 엔터프라이즈 SSD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하며 연간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특히 AI 메모리 핵심인 HBM에서의 경쟁력이 실적을 견인했다. 곽 사장은 "HBM 시장에서 60%대 점유율을 기록하며 확고한 경쟁력을 입증했다"며 "고객 신뢰와 기술력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강조했다. 또 "컨벤셔널 메모리에서도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며 양산 경쟁력을 입증했다"고 덧붙였다. 재무 체질 역시 개선됐다. 현금 창출력이 확대되면서 부채비율은 2024년 말 64%에서 2025년 말 46%로 낮아졌고, 이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향후 전략은 AI 중심 확장에 방점이 찍혔다. 곽 사장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AI 가치사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HBM뿐 아니라 D램, 낸드 전반에서 AI 수요가 지속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HBM과 커스텀 HBM, AI D램(SOCAMM2, DDR5) 등 차세대 제품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CXL·PIM 등 초고속·초고용량 메모리 개발도 병행할 계획이다.공정 측면에서는 D램 1cnm, 낸드 321단 등 선단 공정 전환을 가속화해 생산성을 높이고, AI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 인프라도 지속 확대한다. 글로벌 거점에는 리서치 센터를 구축해 차세대 메모리 기술 확보와 인재 유치에도 나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자본시장 진출도 병행된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증시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추진 중이며 이를 통해 글로벌 투자자 기반 확대와 기업가치 재평가를 노리고 있다. -
- ▲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5일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제7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표하고 있다.ⓒSK하이닉스 온라인 주주총회
기술 경쟁력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엔비디아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곽 사장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곽 사장은 "HBM은 패키징 등 복합 기술이 결합된 제품으로 종합적인 기술력이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당사는 성능과 양산성 측면에서 여전히 시장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HBM4는 이미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양산 체계를 구축했고, 현재 고객사와의 최적화 과정을 거쳐 공급 일정에 맞춰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액면분할 여부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한 주주는 "주가가 100만원을 넘어서며 접근성이 낮아진 만큼 액면분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곽 사장은 "액면분할은 단순한 주가 수준이 아니라 거래량, 시장 환경, 성장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지만 향후 주가 흐름 등을 보며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주주총회 현장 밖에서는 관련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자사주를 소각이 아닌 보상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합법적 활용인지, 상법 개정 취지를 비켜간 우회적 선택인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며 시장 내 논쟁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앞서 국민연금공단은 SK하이닉스가 자사주 30만주를 임직원 보상에 활용하는 안건과 자사주 보유·처분을 허용하는 정관 변경을 추진한데 대해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