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0조 부채 늪에 빠진 韓경제, 25조 추경에 국채금리 '요동'한계기업 연쇄부도 공포 확산 … 빚내서 버틴 가계·증시도 한계부채 연착륙 전략 부재 속 전쟁·추경 가세에 시스템 붕괴 전초전
  • ▲ 금융위기를 상징하는 '회색 코뿔소'가 증권가를 뒤흔드는 모습을 담은 이미지. ⓒ제미나이
    ▲ 금융위기를 상징하는 '회색 코뿔소'가 증권가를 뒤흔드는 모습을 담은 이미지. ⓒ제미나이
    한국경제가 국내총생산(GDP)의 2.5배를 웃도는 6500조원 규모의 부채의 늪에 빠진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25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더하면서 국채시장과 금융시장의 불안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고질적인 경제 체질에 대한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사이 중동전쟁 장기화란 큰 변수가 겹치면서 기업의 자금조달 봉쇄에 따른 연쇄부도, 개인투자자 자산 증발 등 경제 전반에서 회색 코뿔소가 눈앞으로 다가왔단 지적이 나온다. 

    28일 정치권과 관계부처에 따르면 당정은 전날 2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 방향을 확정하고 오는 31일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당정은 지역화폐 형태의 민생지원금을 지급하되 지방 우대 원칙을 세웠고, 중동전쟁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 대응책을 대거 포함시켰다. 

    재정 확대 신호가 나오자 가장 먼저 반응한 곳은 채권시장이다. 전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금리는 연 3.865%로 0.6bp 상승했다. 20년물은 연 3.880%로 3.9bp 올랐으며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4.6bp, 4.4bp 상승해 연 3.762%, 연 3.636%를 기록했다.

    국채금리 상승은 곧바로 회사채·대출금리로 전이되며 경제 전반의 자금조달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한계 기업은 2023년 36.5%에서 2024년 44.8%로 급증한 반면, 한계 상태에서 벗어난 기업 비중은 같은 기간 16.3%에서 12.8%로 줄었다. 

    여기에 금융권의 보수적 대출 기조까지 겹치면서 자금줄이 막힌 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대로라면 하반기부터 중소 건설사와 제조사를 중심으로 한 연쇄 부도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공포 섞인 전망이 나온다.

    가계 상황도 빠르게 악화되긴 마찬가지다. 가계부채는 1900조원 수준으로 GDP 대비 90%를 넘는 상태다. 특히 취약차주 연체율은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2금융권 연체율은 일부 구간에서 6~7%대를 넘어서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고금리 부담이 누적된 가운데 실질소득 정체까지 겹치면서 상환 능력이 급격히 약화된 결과다.

    증시 역시 부채 리스크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달 초 신용융자 잔고는 33조원 수준으로 비교적 안정성을 갖추고 있지만, 일평균 수백억원의 반대매매가 이뤄지면서 시장 전반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레버리지 투자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강제청산이 이어지면서 자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위험성도 존재한다.
  • ▲ 국가부채 (CG) ⓒ연합뉴스
    ▲ 국가부채 (CG) ⓒ연합뉴스
    이에 통화당국은 경제 전반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계와 기업 부채가 동시에 취약해질 경우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리스크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금리 상승과 자산가격 조정이 맞물릴 경우 일부 부문 충격이 금융기관 건전성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다.

    특히 정부·가계·기업 부채를 모두 합한 우리나라 총부채가 1년 만에 약 280조원(4.5%) 늘어나면서 사상 처음 6500조원을 넘어서는 등 경제 전반의 빚이 가파르게 오른다는 점이 문제다.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48%로 매년 우리 경제가 벌어들이는 소득의 약 2.5배의 빚을 짊어지고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중동전쟁 장기화와 내수 부진을 근거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1.7%로 0.4%포인트나 대폭 하향 조정했다. 성장은 '털썩' 주저앉고 물가는 '쑥' 올라가는 전형적인 악순환의 서막으로 우리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의 공포 속으로 밀어 넣은 셈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신임 장관은 이번 추경이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초과 세수를 활용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중동전쟁 리스크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대폭 낮춰진 만큼 전쟁 장기화시 제조업 침체에 따른 세수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닌 시스템 붕괴의 전초전이라고 진단한다. 부채 연착륙을 위한 정교한 출구 전략 없이는, 눈앞에 들이닥친 '회색 코뿔소'에 의해 대한민국 경제가 장기 불황의 터널로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개별 리스크가 아니라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는 단계"라며 "고질적인 경제 체질 문제 속에서도 재정건정성 정상화를 미루고, 재정지출을 확대한 탓"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