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뛴 국제유가, 상한가 12% 찔끔 … 괴리 커져손실 입증은 정유사가 … 기준 없는 깜깜이 정산100% 손실보전 어려워 … 손실 커지면 공급 꺼릴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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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유소 현장.ⓒ뉴데일리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는 30% 넘게 증가했지만 정부의 2차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은 10%대 에 그치면서 정유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정유사의 손실분을 사후에 보전해 주겠단 입장이지만 산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깜깜이 정산이다. 손실 보전에 대한 불확실성과 생산 축소가 맞물리면 주유소에 기름이 동나는 공급 절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2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자정부터 리터(ℓ)당 보통휘발유 1934원, 자동차용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2차 최고가격을 설정하고 다음 달 9일까지 적용한다. 지난 1차 석유최고가격 선정액에서 각각 210원 상향 조정했다.이 같은 인상폭은 실제 국제 유가 상승분을 턱없이 밑돈다. 정유사가 1차 단가를 제출했다고 알려진 지난 11일 기준 국제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116.76달러였으나 지난 23일에는 157.22달러로 34.7%나 급등했다.국내 정유사들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의 경우는 가격변동폭이 더 크다. 지난 11일 배럴당 119.55달러였던 두바이유는 23일 169.75달러까지 치솟았다. 외신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하는 UAE산 두바이유는 배럴당 160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두바이유는 중동사태에 따른 가격변동폭이 유독 크게 나타난다.정부는 최고가격제로 인해 정유사가 얻을 손실분을 추후 정산해 보전해주겠단 입장이다. 1차 최고가격제 시행 당시만해도 정부의 보전 규모가 가늠 가능한 정도였고 실제 손실 차이도 감내 가능한 수준이었다.다만, 2차 산정에는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폭등하고 정부가 보전해 줘야 할 손실 규모는 더 커졌다. 정부는 27일부터 휘발유 리터당 65원, 경유 87원의 유류세 추가 인하를 단행하면서 정유사가 떠안아야 할 실제 원가 부담과 유통가의 괴리가 더 벌어진 것이다.정유업계는 막대한 손실을 정부가 100% 인정하고 보전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수출 시장마다 운송비나 마진이 다른 상황에서 최고가격제 적용에 따른 기회비용과 손실분을 정유사가 일일이 입증해 보전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
- ▲ 26일 주유소에 줄지어 대기하는 차량들.ⓒ연합뉴스
깜깜이 정산에 대한 불안감은 정유사들의 공장 가동률 저하로 이어져 공급 절벽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의 차량 운행이나 산업용 난방 등 석유 수요는 일정하게 발생하는 반면, 정유사들은 채산성이 맞지 않는 날에는 생산을 줄일 수 밖에 없다. 보전 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자를 감수하고 생산을 강행할 기업은 없다는 비판이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심화되면 주유소에서부터 기름이 동나는 품귀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 원유 가격이 석유 제품 가격을 역전한 구조 속에서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라 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다"며 "중동발 수급 차질로 대체 노선을 찾느라 원유 도입 기간마저 길어지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되면 조만간 일선 주유소에 기름이 동나는 공급 절벽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전문가들은 전쟁상황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정부의 개입은 불가피하지만 재정 보전 확대나 물량 축소 문제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휘발유는 과거와 달리 필수재 성격이 강해 가격이 올라도 소비를 대폭 줄일 수 없는 비탄력적인 구조"라며 "유가 급등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구매력 저하, 소비 침체 등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를 병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정상적인 상황에서 이 같은 인위적인 가격 개입은 시장 왜곡을 초래해 후생 수준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공급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이 아닌 만큼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앞서 산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최고가격제 장기화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산업연구원은 "최고가격제하에서 공급 충격이 길어지면 재정 보전 확대나 물량 축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품귀 현상, 대기행렬 발생, 주유소 간 물량 편차 등 비가격적 배분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한편, 정부는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해 UAE 원유를 통한 대체 수입선을 확보하고 국제에너지기구(IEA) 결정에 따른 비축유 2246만 배럴 방출을 이행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손실 보전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시장의 공급 불안을 잠재우기 어려울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