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국면마다 정부 칼날 … 폭리 프레임 반복최고가격제와 담합 수사 동시에 … 횡재세 압박도정부 대안 알뜰주유소도 가격 논란 … 신뢰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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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시민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유소를 찾고 있다. 사진은 12일 한 주유소를 찾은 시민이 주유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1차에 이어 2차로 시행하는 동시에 정유사들의 기름값 담합 의혹 수사에 착수하면서 정유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정유사들은 정부 조치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이러한 정부의 행보가 자칫 ‘정유사가 폭리를 취한다’는 인식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정유사들은 담합 의혹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묘한 기름값’ 발언 이후 고유가 국면마다 정부의 칼날은 되풀이돼 왔다. 앞선 조사에서도 담합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던 만큼, 이번에도 결과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2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는 “2차 최고가격제 시행 및 유류세 인하폭 확대 등 가격 안정화 조치에 긴밀히 협조하고, 휘발유·경유·나프타 등 주요 석유제품의 국내 시장 우선 공급에 더욱 애쓰겠다”고 밝혔다.정부는 이날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2주 연장했다. 휘발유 최고가격은 리터(ℓ)당 1934원, 자동차용 경유는 1923원, 실내등유는 1530원으로 각각 정해졌다. 지난 13일 1차 시행 당시 각각 1724원, 1713원, 1320원이었던 가격에서 210원씩 상향됐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수급 차질이 발생하며 상승한 국제유가를 일부 반영한 조치다.정부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도매가격에 상한선을 설정한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석유 가격이 시장 자율화 체계로 전환된 이후 약 30년 만에 등장한 가격 통제다.이재명 대통령은 26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서 “위기를 틈타 담합이나 매점매석 등으로 부당이익을 취하는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했다. 24일 국무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은 “검찰이 전날 정유사의 기름값 담합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는데, 국민 고통을 악용한 부당한 돈벌이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발본색원하고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밝혔다.앞서 검찰은 지난 24일부터 이틀 간 4개 정유사와 사단법인 대한석유협회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정유사 4개사는 사전 협의를 통해 국내 유통되는 유류 및 석유제품의 가격을 임의로 올리거나 동결하는 등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업계에서는 이번 상황을 두고 2011년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묘한 기름값’ 발언을 떠올린다. 당시 리비아 내전과 중동 정세 악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이 전 대통령은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며 “기름값을 보면 주유소의 행태가 실로 묘하다”고 언급했다.이에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는 ‘정유사·주유소 시장점검단’을 꾸려 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하고, 정유사들을 압박해 한시적으로 리터당 100원을 인하하도록 했다. 그러나 주유소들의 담합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다.담합 적발 실패 후 정부가 선택한 ‘차선책’이 알뜰주유소다. 알뜰주유소는 리터당 100원을 낮추겠다는 목표로 출범됐지만, 기존 정유사의 주유소와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실제 26일 기준 오피넷 통계에 따르면 알뜰주유소와 정유사 주유소 간 가격 차이는 23원~25원에 불과하다. 오히려 고급휘발유의 경우 알뜰주유소 가격이 더 높았다. 알뜰주유소의 고급휘발유 평균 가격이 2122.34원으로, 정유사(2116.19원)보다 리터당 6원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보통휘발유는 알뜰주유소가(1797.07원)가 정유사(1822.58원) 보다 약 25원 저렴한 수준이다. 자동차용 경유 역시 알뜰주유소(1795.81원)가 정유사(1818.66원) 보다 23원 낮은 수준에 그쳤다.심지어 경기 광주시의 한 알뜰주유소는 이번 중동 사태가 발발한 직후 불과 닷새 만에 경유 가격을 850원이나 인상해 논란을 빚었다. 알뜰주유소가 서민 부담 완화를 위해 도입된 정책적 상징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컸다. 결국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직접 사과에 나서면서 사태를 수습했지만, 알뜰주유소의 정책적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상황이다.정유사들은 담합 의혹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011년과 2026년 휘발유 평균 가격이 큰 차이가 없다”며 “15년 동안 물가와 생활비가 꾸준히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휘발유값은 여전히 1600~1800원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정유사들이 담합을 통해 폭리를 취했다면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정유업계는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에너지 안보에 기여해 왔다고 자부해 왔는데, 담합이나 폭리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업계의 의욕을 꺾는 일”이라고 토로했다.정유사 브랜드의 주유소 수가 매년 줄어드는 반면 알뜰주유소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정유사들이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는 설명이다.2020년 GS칼텍스 2365개에서 올해 2월 기준 1997개로 감소했다. SK에너지도 같은 기간 3118개에서 2645개로 줄었다. 반면 알뜰주유소는 2020년 1241개에서 1319개로 증가했다.최고가격제 시행과 담합 수사에 이어 ‘횡재세’ 법안까지 발의되면서 업계에서는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프레임이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정유사가 최근 3년 치 평균보다 5억원 넘게 초과 이익을 올리면, 20%의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통제로 발생한 수급 문제까지 정유사 책임으로 보는 시각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