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후 최악 냉각 국면 … 반도체 공급망 불안 확산식각 핵심 원료 브롬, 韓 반도체 수입 97.5% 이스라엘헬륨 이어 장비까지 변수 … 삼성·SK 공장에도 공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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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이스라엘 관련 발언이 외교 갈등을 넘어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이스라엘 외무부가 대통령 발언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으며 강력한 규탄을 받아 마땅하다”는 표현까지 동원하자 외교부는 홀로코스트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메시지를 내며 수습에 나섰다. 외교가에서는 1962년 수교 이후 최악 수준의 냉각 국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 충돌이 하필 한국 반도체 산업의 취약한 고리와 맞물렸다는 점이다.가장 민감한 품목은 브롬이다. 지난해 한국의 브롬 수입 가운데 97.5%가 이스라엘산이었다. 브롬은 반도체 식각 공정 등에 쓰이는 핵심 화학 원료다. 중동 전쟁만으로도 공급망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외교 갈등까지 겹치면서 업계는 조달 리스크가 한층 복잡해졌다고 보고 있다. 정부도 브롬과 헬륨, 반도체 측정·검사기기 등 중동 의존도가 높은 14개 품목을 별도로 점검하고 있다.◇외교 충돌이 건드린 건 공급망의 병목이번 사안을 가볍게 보기 어려운 이유는 한국의 대이스라엘 수입 편중만이 아니다. 세계 브롬 생산 자체가 중동에 몰려 있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글로벌 브롬 생산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구조라 특정 공급선에 문제가 생기면 단순히 다른 나라로 갈아타는 식의 대응이 쉽지 않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중동 및 인근국 수입의존도 70% 이상인 즉각관리 대상이 41개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특정 국가에 묶인 취약 품목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원료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스라엘에는 노바, 캠텍 등 반도체 계측·검사 장비 기업도 포진해 있다. 일부 장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에도 공급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소재, 가스, 장비가 촘촘하게 맞물린 생태계여서 핵심 원재료 몇 개만 흔들려도 생산성과 수율, 투자 일정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외교 논란이 아니라 산업 리스크로 받아들이는 배경이다.특히 이번 변수는 기존 전쟁 리스크와 겹친다는 점에서 더 예민하다. 산업연구원은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사실상 중단되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충격이 가시화했고, 한국은 원유와 LNG뿐 아니라 헬륨 등 제조업 원자재 공급망 전반에서 중동 의존도가 높아 복합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빙현지 산업연구원 글로벌산업협력연구실 전문연구원은 “반도체는 직접 비용 충격만 보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일 수 있지만, 공정용 소재 공급 차질과 장비 운송 지연, 물류비 상승이 겹치면 실제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당장 공장 멈춤보다 더 무서운 건 원가 상승과 수익성 훼손지금 당장 생산라인이 멈출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게 정부와 업계의 판단이다. 기업들이 핵심 원재료를 일정 수준 비축하고 있고, 정부도 검사장비는 미국 등에서 대체 수입이 가능하며 브롬 등 일부 정밀화학 제품도 재고 활용과 공급선 전환으로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안심 신호라기보다 시간을 번 수준에 가깝다. 공급 중단이 현실화하지 않더라도 가격과 물류, 장기 계약 재조정 부담이 먼저 밀려올 수 있어서다.산업연구원 분석은 그 부담이 어디로 번질지를 보여준다. 단기 공급 충격 시나리오만으로도 전 산업 생산비는 4.2%, 제조업은 5.4%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장기 공급 충격 시나리오에서는 제조업 생산비 상승률이 최대 11.8%까지 확대된다. 반도체는 AI(인공지능) 수요 회복과 메모리 호황에 올라탄 업종이지만, 이런 국면에서 핵심 원재료와 장비 조달이 꼬이면 생산량보다 먼저 수익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공장 가동 여부보다 손익계산서가 먼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업계 관계자는 “국가 정상의 한마디가 외교 현안에 그치지 않고 산업의 병목 품목과 맞물릴 때 그 충격은 가장 먼저 기업의 조달 비용과 투자 판단, 수익성에 반영된다”며 “외교 리스크를 더 키우지 않는 관리와 특정 국가 의존 품목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는 공급망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