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수급 불안 다음은 반도체 등 첨단 산업 원료 확보전식각공정 원료 브롬화수소, 특정국가 쏠림 … 공급망 다변화헬륨 이어 반도체 계측 장비 변수 … 삼성·SK 공장에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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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르무즈 해협 통과하는 유조선ⓒ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중동산 원자재 수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원유 뿐 아니라 브롬 등 반도체 산업의 필수 원료의 수입길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부 원료들은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는 구조여서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국내 반도체 업계가 제조 공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소재는 브롬화수소다. 브롬화수소는 식각 공정 등에 쓰이는 핵심 화학 원료로, 국내 기업들은 이를 일본과 미국 등에서 주로 들여오고 있다. 한국은 브롬화수소의 원재료인 액화 브롬 97.5%를 이스라엘에서 수입하고 있다. 브롬화수소 주요 수입처인 일본 역시 이스라엘산 브롬 의존도가 높다. 브롬화수소 수입은 작년 기준으로 일본(46%), 미국(25%), 이스라엘(13%) 순이다.◇ 중동에 집중된 공급망 다변화 시급이스라엘 뿐 아니라 글로벌 브롬 생산 자체가 중동에 몰려 있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글로벌 브롬 생산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구조라 특정 공급선에 문제가 생기면 단순히 다른 나라로 갈아타는 식의 대응이 쉽지 않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중동 및 인근국 수입의존도 70% 이상인 즉각관리 대상이 41개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특정 국가에 묶인 취약 품목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원료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스라엘에는 노바, 캠텍 등 반도체 계측·검사 장비 기업도 포진해 있다. 일부 장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에도 공급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소재, 가스, 장비가 촘촘하게 맞물린 생태계여서 핵심 원재료 몇 개만 흔들려도 생산성과 수율, 투자 일정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가 이번 사안을 물류 대란을 넘어선 한국 산업 전반의 리스크로 받아들이는 배경이다.특히 이번 변수는 기존 전쟁 리스크와 겹친다는 점에서 더 예민하다. 산업연구원은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사실상 중단되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충격이 가시화했고, 한국은 원유와 LNG뿐 아니라 헬륨 등 제조업 원자재 공급망 전반에서 중동 의존도가 높아 복합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빙현지 산업연구원 글로벌산업협력연구실 전문연구원은 “반도체는 직접 비용 충격만 보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일 수 있지만, 공정용 소재 공급 차질과 장비 운송 지연, 물류비 상승이 겹치면 실제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당장 공장 멈춤보다 더 무서운 건 원가 상승과 수익성 훼손지금 당장 생산라인이 멈출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게 정부와 업계의 판단이다. 기업들이 핵심 원재료를 일정 수준 비축하고 있고, 정부도 검사장비는 미국 등에서 대체 수입이 가능하며 브롬 등 일부 정밀화학 제품도 재고 활용과 공급선 전환으로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안심 신호라기보다 시간을 번 수준에 가깝다. 공급 중단이 현실화하지 않더라도 가격과 물류, 장기 계약 재조정 부담이 먼저 밀려올 수 있어서다.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단기 공급 충격 시나리오만으로도 전 산업 생산비는 4.2%, 제조업은 5.4%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장기 공급 충격 시나리오에서는 제조업 생산비 상승률이 최대 11.8%까지 확대된다. 반도체는 AI(인공지능) 수요 회복과 메모리 호황에 올라탄 업종이지만, 이런 국면에서 핵심 원재료와 장비 조달이 꼬이면 생산량보다 먼저 수익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공장 가동 여부보다 손익계산서가 먼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다만 산업통상부는 브롬 등 반도체 관련 원료 수급과 관련해 "현재 브롬화수소는 차질 없이 수입되고 있으며 국내 비축 재고도 3개월 분 이상으로 평시 수준 이상을 유지 중"이라며 "반도체 생산은 차질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