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국회서 '공공성' 의무화 목소리 … '관치금융' 전락 가능성노후자금 '수익 극대화' 원칙 훼손 … "유연한 자금 투자에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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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 ⓒ연합뉴스
국민 노후자금 투자 원칙을 둘러싼 '공익'과 '수익' 사이 균형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를 의무적으로 반영하고 공공성 조항을 강화하는 국회 법 개정 논의와 정부 기관의 권고가 이어지면서, 1500조원을 웃도는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방향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1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는 전날 보건복지부 장관에 ESG 통합 전략에서 인권 관련 지표를 강화하는 등 국민연금기금의 책임투자 정책 이행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을 전달했다. 이어 주주권 행사 '중점관리사안'에 인권 관련 위험·관리를 추가하고 '예상하지 못한 우려 사안'을 선정할 때도 인권 관련 위험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같은 날 국회에서도 범여권을 중심으로 "국민연금이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 의원 7명은 '국민연금의 사회투자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고 사회복지학과 교수들을 초청해 '공공부문 투자 확대' 의견을 청취했다.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에선 국민연금기금 운용 원칙에 '공공성 유지' 조항을 추가하고 ESG 요소를 의무적으로 고려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검토됐다. 기존에는 장기적 수익성과 안정성이 핵심 기준이었다면, 앞으로는 사회적 책임까지 법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취지다.이러한 주장의 배경엔 글로벌 투자 흐름을 감안할 때 ESG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있다. 주요 연기금들이 이미 ESG를 투자 전략에 적극 반영하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도 책임 투자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의 환경·인권 리스크가 장기적으로 재무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수익성과도 충돌하지 않는다는 논리다.다만 시장에선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민연금은 가입자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자금인 만큼 무엇보다 수익성과 안정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SG를 투자 판단의 참고 요소로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를 법적 의무로 규정할 경우 투자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국민연금법 102조에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재정의 장기 안정성을 위해 그 수익을 최대로 증대시킬 수 있도록 기금을 관리·운용하되, 연금 가입자·수급권자 등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에 대한 투자는 국민연금 재정의 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국민연금기금 투자에서 공공성 조항을 의무화할 경우 정치권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여권을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 강조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금 운용이 정책 목적에 종속되는 '관치금융'으로 흐를 수 있다는 얘기다.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민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연금으로선 '공공성 의무화'가 유연한 투자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공익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 결정이 정치적 논리에 좌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