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부터 낮엔 요금 내리고 밤엔 올리는 '계시별 요금제' 시행여름철 피크 시간대 요금 인하에 전력 사용 부추겨 수급 불안 우려석유화학 등 24시간 공정 업종과 일부 가계는 전기 요금 오히려 부담"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 비싼데 요금 인하하는 것 이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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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뉴시스
정부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명분으로 낮 시간 전기요금을 대폭 낮추고 심야 요금을 인상하는 ‘계시별 요금제’를 16일부터 시행한다. 그러나 산업계와 전력시장 전반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태양광 중심의 낮 시간 전력 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낮 시간대 전력 수요를 부추겨 수급 불안을 키우고, 석유화학 같은 24시간 가동이 불가피한 산업 현장에는 비용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계시별 요금) 개편안을 16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1977년 제도 도입 이후 49년 만의 대대적인 개편으로, 낮에는 요금을 낮추고 밤에는 올리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개편안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시간대별 체계가 전면 개편된다. 개편안의 핵심은 낮 시간대로 전력 소비를 유인하는 것이다. 평일 오전 11시~오후 3시에 적용되던 최고요금(최대부하)이 이번 개편안 시행 이후 중간요금(중간부하)으로 바뀐다. 저녁 6~9시였던 중간요금은 최고요금으로 적용되도록 변경된다. 전력 공급이 많은 봄‧가을 주말‧공휴일 낮 시간에는 전력량요금의 50% 할인도 진행된다.경부하 요금은 kWh당 평균 5.1원 인상되고, 최대부하 요금은 계절에 따라 최대 16.9원 인하된다. 평균적으로는 kWh당 15.4원 인하 효과가 발생하며, 약 97%의 기업이 요금 인하 혜택을 볼 것이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이번 개편안은 국가 전력 소비의 약 46%를 차지하는 산업용(을), 수요조정이 상대적로 용이한 전기자동차 충전전력에 우선 적용된다.전기차 충전기에 적용되는 '전기자동차 충전전력요금'은 16일 이후 첫 주말인 18일부터 봄‧가을 주말 할인이 시작된다. 3~5월, 9~10월 주말‧공휴일 오전 11~오후 2시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전국 충전소의 약 43%를 차지하는 주택‧회사 등 '자가소비용 충전소' 9만4000여개소는 18일부터 바로 요금 할인을 적용받을 수 있다. 전력량 요금의 50%로, kWh당 40.1~48.6원의 할인이 적용될 예정이다.기후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운영하는 '공공 급속충전기' 1만3000여개(전체 급속충전기의 24%)에서도 18일부터 충전요금 할인이 적용될 예정이다. 전기요금 할인을 반영해 토요일 오전 11~오후 2시에는 kWh당 48.6원, 일요일‧공휴일에는 42.7원이 할인될 예정이다.기후부는 "이를 통해 낮에 태양광이 생산한 전력을 충분히 활용하고, 저녁에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생산하는 전력을 줄여 중동 전쟁으로 초래된 에너지 위기 극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나 이러한 ‘평균 인하’ 효과와 달리 업종별 체감은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특히 석유화학, 철강, 반도체 등 24시간 연속 공정이 필수적인 산업은 사실상 시간대별 전력 사용을 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요금 인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에틸렌 크래커나 정유 공정은 한 번 가동하면 멈출 수 없는 구조인데, 전기요금이 시간대별로 바뀐다고 해서 설비 가동 시간을 옮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심야 요금 인상분이 그대로 원가 상승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철강업계 역시 상황은 유사하다. 고로·전기로 공정은 연속 가동이 필수적이어서 특정 시간대에 생산을 집중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수요를 이동할 수 있는 특정 업종과 그렇지 못한 업종 간 형평성 문제가 예상된다.실제 이번 개편안 시행 전까지 추가적인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산업계의 의견이 빗발쳤다.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총 514개 사업장에서 개편안 적용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업종별로는 식료품 60곳, 1차 금속 55곳, 비금속광물 49곳 등 순이었다.기후부 관계자는 "전력 소비가 365일‧24시간 균등한 기업이라면 요금이 인하될 것"이라면서도 "요금이 싼 밤에 전력소비가 집중된 기업은 단기적으로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요금체계 변화에 맞춰 소비패턴을 조정한다면 요금 경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여름철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낮 시간대 요금을 낮추는 것을 두고 수요 억제 기능을 약화시켜 피크 부하를 오히려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양광 발전 특정상 출력 변동성이 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전력 전문가들은 "태양광 발전은 날씨에 따라 출력이 급변하기 때문에 낮 시간대 공급이 항상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격까지 낮추면 수요가 몰려 전력망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이에 대해 기후부 관계자는 "여름철 피크가 오후 6~8시 발생하고 있으며, 최고요금은 낮아졌지만 해당 시간대가 중간요금에서 최고요금으로 변경되어 기존보다 요금이 상승한다"고 말했다.심야 요금 인상에 따라 일부 가계의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 전기차 충전, 냉난방, 히트펌프 사용 등은 주로 야간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체감 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번 요금 개편을 두고 태양광 공급 확대에 매몰돼 국가 전력 시스템 전반의 안정성과 산업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말이 나온다.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는 원전 등 다른 에너지원보다 발전 단가가 훨씬 비싸다"며 "정부가 발전 비용이 비싸고 24시간 가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재생에너지를 믿고 전기 요금을 인하하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