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비롯해 수도권 지자체 44곳 금고 계약 만료서울시 51조·수도권 108조 … 은행, 수주 경쟁에 수천억 베팅출연금 3000억·전산비 1000억 … IDC 이전·금리 경쟁까지 수익성 압박 요구불예금 효과에도 "단기 손익은 적자 불가피"
  • ▲ 서울 시청 ⓒ서울시
    ▲ 서울 시청 ⓒ서울시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지방자치단체 금고 입찰이 본격화되면서 은행권의 '출혈 경쟁'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확보 가능한 자금 규모는 100조원을 웃돌지만, 수천억원대 출연금에 금리 경쟁과 전산 투자 비용까지 겹치면서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지자체 66곳 중 44곳이 금고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들 지자체의 연간 예산은 약 108조원에 달한다. 단일 사업으로 수십조원 규모의 예수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지만, 경쟁이 과열되면서 '전략적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올해 예산만 51조 4778억원으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크다. 현재 1·2금고를 맡고 있는 신한은행은 수성에 나선 반면, 우리은행은 탈환을 목표로 총력전에 돌입했다. 1915년부터 100년 넘게 서울시금고를 운영했던 우리은행으로선 상징성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은행들이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는 간접 효과 때문이다. 지자체 예산이 유입되면 수십조원 규모의 저원가성 요구불예금을 확보할 수 있어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다. 공무원 및 산하기관 거래 확대를 통한 기관영업 기반 강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막대한 비용이다. 앞서 신한은행은 2018년 서울시 1금고를 따내며 약 3015억원의 출연금을 제시했고, 전산망 구축 비용으로만 10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2022년 재입찰에서는 1금고 2511억원, 2금고 153억원 등 총 2600억원대 협력사업비를 추가로 부담했다. 단순 합산만으로도 약 6600억원 이상이 투입된 셈이다. 이번 입찰에서도 최소 2000억~3000억원대 출연금이 거론되면서 총 투자 규모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추가 비용 변수도 있다. 서울시는 금고 데이터센터(IDC)를 상암에서 서초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선정된 은행이 관련 전산 이전 비용을 상당 부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 비용만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 외에도 경쟁은 확산되고 있다. 15조원 규모 인천시 금고는 신한·농협은행에 맞서 하나은행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경기도 금고 입찰에서는 출연금 규모가 약 2000억원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역시 수백억원대 협력사업비가 책정되는 등 전국적으로 비용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금리 경쟁 역시 수익성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전국 지자체 금고 평균 이자율은 2.53% 수준이지만, 최근 일부 지자체가 금리 평가 비중을 확대하면서 은행 간 금리 인상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금리를 높일수록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이는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구조다.

    때문에 은행권 일각에서는 지자체 금고 사업을 둘러싼 수익성 악화를 감안할 때 '이겨도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초기 출연금과 시스템 구축 비용, 금리 부담을 모두 고려하면 금고 사업 자체로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구조다. 수주에 실패할 경우 기관 영업 기반까지 약화될 수 있어 은행들이 무리한 베팅을 이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자체 금고는 과거 안정적인 수익원이었지만 지금은 비용이 더 빠르게 늘어나는 사업"이라며 "은행권이 수익성과 상징성 사이의 균형을 찾지 못할 경우 돈을 쓰고 자리를 사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