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진입-계약 해지 병행 … 선택적 재편 속도R&D 급증 속 적자 확대 … 수익성-현금흐름 부담"선별 불가피 구간" … 성장세 유지 위한 자원 재배분밸류 기준 '양'보단 '질' 이동 … 상업화 가능성 우선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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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 유성구 소재 리가켐바이오 본사. ⓒ리가켐바이오
리가켐바이오가 신규 임상 진입을 공식화하면서 파이프라인 운영전략 변화 신호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핵심 후보물질은 임상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일부 자산은 정리하는 행보가 이어지면서 확장 중심이던 연구개발 전략이 '선택과 집중'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연구개발비 급증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현금흐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일련의 변화는 임상 데이터 확보를 통해 기술이전(LO)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자원 재배분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17일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최근 리가켐바이오는 CLDN18.2 타깃 항체-약물 접합체(ADC) 후보물질 'LCB02A'의 글로벌 임상 1·2상 시험계획(IND)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하며 임상단계 진입을 본격화했다. 미국과 한국, 캐나다 등 다국가에서 진행되는 이번 임상은 핵심 파이프라인의 상업화 가능성을 검증하는 첫 단계다.이번 임상 진입은 기존 ADC 대비 페이로드 확장을 통해 기술적 진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단순한 파이프라인 확대를 넘어 차세대 전략 방향이 반영된 움직임으로 평가되기도 한다.눈에 띄는 점은 이 같은 '진전'이 '정리'와 동시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리가켐바이오는 이에 앞서 미국 노바락으로부터 도입한 항체 3개 가운데 1개에 대한 공동연구·기술도입 계약을 해지했다.회사 측은 글로벌 경쟁 환경과 목표 시장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파이프라인의 연구개발을 종료하고 나머지 자산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임상 단계에서 이뤄진 만큼 마일스톤 지급이나 위약금 부담은 발생하지 않았다.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단순한 축소가 아닌 전략적 재편으로 보고 있다.한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는 "기술이전 기반 사업구조상 임상 진입과 데이터 확보 시점이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만큼 속도 자체를 늦추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원 배분을 효율화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파이프라인 확장 국면에서 비용 부담이 빠르게 커진 가운데 핵심 자산 중심으로 재편이 이뤄지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
- ▲ 2026~2027년 IND 제출 예정 파이프라인. ⓒ리가캠바이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재무 흐름이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파이프라인을 빠르게 확장해왔다.실제 지난해 별도 기준 연구개발비는 1957억원으로 전년 1134억원 대비 72.5% 증가했고, 매출 대비 비중 역시 90.1%에서 138% 수준까지 확대됐다. 반면 영업손실은 832억원까지 확대되며 손실폭이 커졌고, 순이익 역시 1년 만에 또다시 적자(-634억원)로 돌아섰다.현금흐름 역시 부담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전년대비 적자전환했고,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도 1282억원에서 958억원으로 25.2% 감소했다.다만 재무구조 자체는 안정적이다. 차입금이 없는 구조에 부채비율(14.4%)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유동비율(895%) 역시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는 '버틸 수 있는 체력'일 뿐 투자속도를 유지하기에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연구개발비 증가 속도가 매출과 현금창출력을 앞서면서 파이프라인 운영방식이 양적 확대에서 질적 집중으로 전환되는 전형적인 바이오텍 국면에 들어선 것"이라며 "결국 속도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동일한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자원을 재배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이 같은 흐름은 리가켐바이오의 사업모델과도 맞닿아있다. 회사는 외부에서 항체를 도입해 자체 ADC 플랫폼을 적용한 뒤 임상단계까지 끌어올리고, 이를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구조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다.이 구조에서 임상 진입과 데이터 확보 시점은 곧 기업가치와 현금 유입으로 이어진다. 일정 수준 이상의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결국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택이 필요해진다. 모든 자산을 동일하게 끌고 가기보다 시장성과 경쟁력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나누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운용하는 전략을 유지했지만, 시장에서는 단순한 파이프라인 수보다 임상단계 진입과 상업화 가능성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며 "비용구조를 고려할 때 성공 확률이 높은 자산을 중심으로 선별이 불가피한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회사 역시 IR 자료를 통해 '속도전'과 함께 '전략적 포트폴리오 구성'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시장 진입 시점의 경쟁 환경을 반영해 차별성과 상업성이 높은 자산을 중심으로 선별하겠다는 의미다.주가 흐름도 이러한 변화와 맞물린다. 노바락과의 계약해지 공시 직후 주가가 급락했지만, 이후 임상 진입 기대가 반영되면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도 파이프라인 축소 자체보다 향후 성과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행보는 확장 전략의 후퇴라기보다 속도를 유지하기 위한 선택적 조정에 가깝다"며 "핵심은 임상성과를 통해 실제 기술이전으로 연결될 수 있는 자산을 선별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한편 업계에서는 최대주주인 오리온 체제 이후 전략관리 강도가 높아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현재 변화는 외부 요인보다 산업구조와 재무 흐름에 따른 자발적 조정 성격이 더 크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