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조 서울시금고 자금 관리 … 신한·우리 중심 양강 구도 형성수신 확대·브랜드 효과 기대에도 금리·출연금 부담에 수익성 논란
  • ▲ 서울시청 ⓒ뉴데일리DB
    ▲ 서울시청 ⓒ뉴데일리DB
    서울시 차기 금고를 둘러싼 은행권 경쟁이 본격적인 국면에 들어섰다. 약 51조원 규모의 자금을 4년간 관리하는 대형 사업인 데다, 수도 서울의 ‘금고지기’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지면서 단순한 수주전을 넘어 주요 시중은행 간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입찰설명회를 열고 본격적인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내달 초 제안서를 접수한 뒤 프레젠테이션(PT) 심사를 거쳐 같은 달 중순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통해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선정된 은행은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기금 등을 맡아 서울시 자금을 관리하게 된다.

    현재 판세는 현 지위를 지키려는 신한은행과 주도권 회복을 노리는 우리은행 간 양강 구도가 유력하다는 평가다. 서울시금고는 고도의 전산 시스템과 안정적인 운영 경험이 요구되는 만큼, 기존 운영 경험을 가진 은행이 유리한 구조라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현 금고지기인 신한은행은 지난 8년간 축적한 운영 경험과 시스템 역량을 앞세워 방어에 나서고 있다. 전사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입찰 전략을 준비하는 한편,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정책 연계 사업 등을 포함한 맞춤형 제안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그간 금고 운영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한 만큼, 이번 입찰에서도 수익성과 브랜드 효과 사이에서 균형을 고민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우리은행은 설욕 의지가 뚜렷하다. 지난 1915년 경성부금고 시절부터 오랜 기간 서울시금고를 맡아왔지만, 2019년 이후 신한은행에 주도권을 내준 뒤 지난해에는 2금고까지 모두 잃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일찌감치 전담 조직을 꾸리고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등 조직 차원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내부통제와 자본력 등 경쟁력을 이전보다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KB국민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SC제일은행 등 주요 은행들도 입찰에 관심을 보이면서 경쟁은 다층적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다만 실제 참여 여부와 조건에 따라 최종 구도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시금고는 은행권 기관영업의 ‘최대어’로 꼽힌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예산을 바탕으로 대규모 수신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도 서울의 주거래 은행이라는 상징성을 통해 브랜드 가치와 대외 신뢰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향후 공공기관이나 기업 대상 영업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로 평가된다.

    하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금고 운영 과정에서 제시해야 하는 금리 조건과 출연금 부담이 커질 경우, 실제 수익이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정금리 조건으로 계약이 이뤄지는 구조상 시장 금리 변동에 따라 역마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울시금고는 상징성과 파급력이 큰 사업이지만, 조건 경쟁이 과열될 경우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며 “결국 어느 수준까지 베팅할지를 두고 각 은행의 전략적 판단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반기에는 인천시 금고 등 선정도 예정돼 있어 이번 경쟁이 은행권 공공금융 시장 전반의 흐름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