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이 부른 파국… 대화 대신 '실력 행사'만 남아삼성·현대차 귀족노조, 파업 협박으로 과도한 성과급 요구 최임위 논의마저 절차 무시, 신임위원장 '비토'하며 법치 흔들 "노조 영향력 비정상적으로 커져" … 산업 안정성 훼손 우려
  • ▲ 대한민국 경제와 법치주의가 거대한 '노조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나타낸 AI이미지. ⓒ제미나이
    ▲ 대한민국 경제와 법치주의가 거대한 '노조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나타낸 AI이미지. ⓒ제미나이
    [편집자 주] 정권 교체 1년, 대한민국 산업 현장이 '노조'라는 거대한 블랙홀에 빠져들고 있다. 합리적 대화와 상생의 가치가 사라진 자리에 하청 노조의 무분별한 교섭 요구, 거대 노조의 도 넘은 성과급 투쟁, 그리고 물리력을 앞세운 폭력 시위가 난무하고 있다. 본지는 <노조에 포획되는 나라> 긴급진단 시리즈를 통해 법치주의와 시장 경제의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현주소를 짚고, 법치 확립의 시급성을 제언한다.

    하청 노조가 원청 담장을 넘어 '진짜 사장'을 호출하고, 기득권을 내세워 모럴해저드 수준의 천문학적 성과급을 요구하는 거대 노조의 횡포 앞에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가속화된 친노동 정책 기조를 배경으로 노조의 강경한 실력 행사가 산업 전반을 '노조 리스크'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란봉투법'의 역설 … 현장은 지금 '교섭 전쟁터'

    최근 산업계의 가장 큰 혼란은 하청·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원청 교섭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모호하게 확대되자 기존에 접점이 없던 원청 기업들이 수십 개의 하청 노조로부터 한꺼번에 교섭 압박을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는 통계로 확연히 드러난다. 법 시행 첫날에만 407개 하청 노조가 221개 원청사를 습격하듯 교섭을 요구했다. 시행 한 달 만에 교섭을 요구받은 원청 사업장은 372곳, 관련 노조원은 14만6000명에 달한다. 정부는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판단하라지만, 기준 자체가 추상적이다 보니 현장에서는 "일단 들이받고 보자"는 식의 실력 행사가 표준이 됐다.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결국 물리적 충돌로 번졌다. 최근 경남 진주 BGF 물류센터 앞 집회에서는 노조원들이 출차 차량을 막아서는 과정에서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비극이 발생했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노조가 이 사고의 희생자를 '열사'로 규정하며 투쟁 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사 측이 사고 직후 상견례 자리를 마련하는 등 노조의 강경 태도가 '유의미한 협상 결과'로 이어지는 학습 효과를 낳으면서 산업 현장은 대화가 아닌 '실력 행사'가 지배하는 무법천지로 변질되고 있다.

    "R&D 예산보다 성과급이 우선" … 귀족 노조의 멈춘 이기주의

    대기업 노조의 성과급 요구는 시장 경제의 상식을 넘어선 '모럴해저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순이익의 30%인 3조원을 성과급으로 요구했는데, 이는 미래 생존을 위한 연구개발(R&D) 비용의 절반을 상회하는 규모다. 여기에 일한 시간과 관계없이 월급을 보장하라는 '완전월급제'까지 주장하며 시장경제의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흔들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 역시 사측의 1인당 평균 5억원 제안을 거절하고, 400만 주주 배당금과 맞먹는 40조원 규모의 영업이익 배분을 주장하고 있다. 일시적 호황에 기대어 미래 투자 재원을 당장의 '잔치'에 쏟아붓겠다는 발상은 기업의 중장기 성장 동력을 파괴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노조가 국가 기간산업을 볼모로 협박을 일삼는 행태는 도를 넘어섰다. 삼성전자 노조는 파업 시 '하루 1조원, 총 30조원 규모의 손실'을 운운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반도체 라인은 한 번 멈추면 복구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국가 핵심 시설임에도 노조는 오히려 그 피해 규모를 자랑하듯 내세워 잇속 챙기기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참다못한 500만 삼성전자 주주들이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맞서 맞불 집회를 예고했다. 주주들은 성과급 40조원 요구와 공장 폐쇄 위협을 '무도한 행위'로 규정하고, 기업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삼성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노사를 넘어 사회 전반의 대립과 갈등으로 확산되고 양상이다.
  •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이 21일 경남 창원시 경남경찰청 입구에서 청장 면담을 요구하며 청사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이 21일 경남 창원시 경남경찰청 입구에서 청장 면담을 요구하며 청사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 정책마저 '몽니'에 파행 … "법 절차 지키는 문화 확립해야"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사회적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마저 노동계의 '몽니'에 발목이 잡혔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 위원들은 신임 위원장이 전 정권의 '노동개혁'에 관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첫 회의부터 집단 퇴장하며 위원회의 심의 기능을 멈춰세웠다. 

    21일 열린 최저임금위 첫 전원회의에서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을 주도해온 권순원 교수가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되자 "주 69시간 장시간 노동을 합리화하고 노동자 삶을 후퇴시키는 정책에 앞장 선 인물"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했다. 

    이는 합리적 데이터와 경제 지표를 바탕으로 심의해야 할 공적 의사결정 체계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를 거부하는 투쟁의 장으로 변질시킨 행태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민주노총은 매년 최저임금 협상이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심의 거부를 반복해 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노사 갈등이 아니라 '제도 변화 이후의 구조적 충돌'로 보고 있다. 노사 간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가 지속될 경우 노동개혁은 물론 산업 전반의 안정성까지 흔들릴 수 있기에 노동 정책 방향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란 얘기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 정부 기조에 따라 과거보다 노조의 영향력과 목소리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환경이 됐다"며  "정부가 막무가내식 주장에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바로 세우고, 법과 절차를 지키는 문화를 강하게 확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