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사태로 불붙는 원청 교섭 요구택배업계 "경영부담 커진다" 난감노란봉투법 모호한 기준이 노조공세 유발
  • ▲ 지난 20일 경남 진주시 BGF로지스 진주센터에서 화물연대 관계자들이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 ⓒ연합뉴스
    ▲ 지난 20일 경남 진주시 BGF로지스 진주센터에서 화물연대 관계자들이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 ⓒ연합뉴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시행 이후 각 업계에서 혼란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택배업계에서도 노조가 “진짜 사장 나와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노동절을 휴업일로 지정해달라는 등  노란봉투법이 경영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택배노조는 지난달 10일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강공 모드에 돌입했다.

    이달 6일에는 서울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가졌다. 당시 집회에는 전국에서 500여명의 택배기사들이 참여해 ‘원청 성실교섭 쟁취’ 등을 외쳤다. 

    택배노조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3월 10일, 23일 연달아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가지면서 “CJ대한통운은 노조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않기를 바란다. 진짜 사장 택배사 원청은 교섭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또한 택배노조는 이달 22일 ‘화물 노동자의 죽음 부른 진짜 사장 CU와 정부를 강력 규탄한다’는 성명을 내면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조는 “이번 사건은 노조법 개정 이후에도 진짜 사장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한 CU와 강경대응한 경찰이 합작한 것”이라며 “진짜 사장과의 교섭을 쟁취하기 위해 계속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5월 1일 노동절을 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택배기사들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모든 택배사가 허브를 멈추고 휴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오는 24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택배사의 노동절 휴업일 미지정 규탄 및 특수고용노동자 차별 철폐' 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공론화를 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택배업체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주 7일 배송이 일반화되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가 확대된다는 건 악재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택배업체들은 노조가 주장하는 노동절 휴무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했다. 노동절이 법정공휴일로 지정되기 이전에 고객, 고객사들과 배송을 하기로 이미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 7일 배송을 시행하지 않는 로젠택배만 노동절에 쉰다. 다만 택배업체들은 이날 배송하는 택배기사들에게 25%의 휴일 배송 수수료를 지급한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노조와의 상생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는데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조에서 ‘진짜 사장’ 프레임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가뜩이나 업황도 어려운데 경영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다른 관계자도 “쿠팡의 로켓배송 이후 고객은 물론 고객사들은 휴일에도 배송을 받기를 원한다”면서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주 7일이나 휴일 배송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란봉투법의 기준이 모호한 점이 노조의 공세를 유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청에 대한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 사용자성 판단, 원칙과 예외의 경계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보니 노조가 대화보다는 실력 행사에 나서는 게 유리한 상황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란봉투법 자체가 충분한 사회적인 합의 없이 졸속 입법이 됐다”면서 “이로 인해 노조가 집단행동을 할 수 있는 문호가 활짝 열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노사 간에 노란봉투법을 두고 다른 해석을 하면서 혼란이 커졌다”면서 “지금이라도 노란봉투법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