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공정 특성상 생산 중단 시 의약품 전량 폐기글로벌 수주 '경고등' … 노사 갈등, 계약 변수로 부상파업 강행 vs 필수 공정 유지 … 법적 충돌 불가피내부 리스크 그룹 전반 확산 우려 … 준감위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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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지난 22일 인천 송도 바이오캠퍼스 1게이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조희연 기자
불모지에 가까웠던 국내 바이오 산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총파업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 노사 갈등은 글로벌 고객사 신뢰와 수주 경쟁력에 직격탄이 될 뿐만 아니라 K-바이오 위상까지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삼성그룹의 대규모 투자 아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격적인 수주 전략으로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시장에서 입지를 빠르게 확대해왔다. 현재는 스위스의 론자, 미국의 카탈란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 평가된다.국내에서는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로 연매출 5조원 돌파를 앞둔 상황에서 노조 파업 리스크가 변수로 떠올랐다.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지난 22일 투쟁결의대회를 열고 오는 5월 1일부터 총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앞서 노조는 회사에 평균 14% 수준의 임금 인상과 임직원 1인당 3000만원의 격려금, 3년간 자사주 배정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사측은 6.2% 수준의 임금 인상과 특별포상, 교대 수당 확대 등을 제시했다.노사는 13차례에 걸쳐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갈등이 파업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하루 멈추면 수천억원 손실" … CDMO 산업 특성상 치명적 리스크 -
- ▲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이번 사태가 주목받는 이유는 CDMO 산업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바이오의약품은 살아있는 세포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만큼 24시간 연속 공정 운영이 필수다. 공정이 단 한 번이라도 중단될 경우 해당 배치는 물론 연쇄적인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업계에 따르면 공정 중단 시 수개월간 생산한 의약품을 전량 폐기해야 한다. 이에 따른 손실 규모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에 이를 수 있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파업 시 약 6400억원 규모의 직접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문제는 단순한 금전적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CDMO 사업의 본질은 '신뢰'다. 이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일정 준수와 품질 안정성을 기준으로 생산 파트너를 선택한다. 한 번이라도 납기 지연이나 생산 불안 이력이 발생하면 신규 수주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실제 일부 글로벌 제약사와의 수주 협상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변수로 작용했다는 사례가 업계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내부 리스크가 아닌 실질적인 매출 기회 상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상은 단순한 개별 기업을 넘어 국내 바이오 산업 전체를 대표하는 수준이다. 글로벌 고객사 입장에서는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닌 한국 CDMO 생태계 전반의 안정성으로 인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파업 강행 vs 공정 유지 … CDMO 본질 흔드는 노사 충돌 -
- ▲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제4공장 배양기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오는 5월 1일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바이오의약품 특성에 따라 필수적인 공정은 유지돼야한다며 맞서고 있다.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회사는 지난 1일 인천지방법원에 노조의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8조 2항을 근거로 한 조치다. 해당 법에 따르면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돼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생산라인이 풀가동 상태인 만큼 공정 중단 시 후속 생산 일정 지연과 위약금 발생, 계약 해지 등 연쇄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을 두고 단기적인 보상 요구와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 사이의 충돌로 해석한다.평균 연령대가 30대 초반인 젊은 조직 특성상 성과 보상 요구가 강한 반면 글로벌 공급망 신뢰 리스크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장기적인 사업 기반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한편 삼성 내부에서도 노사 갈등이 그룹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을 주시하는 분위기다.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최근 삼성 계열사 노사 갈등과 관련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이찬희 준감위원장은 "주주와 투자자,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삼성 계열사의 노사 갈등이 단순한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삼성이라는 기업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파업이 가져올 파급력이 크다는 인식이다.준감위는 향후 노동·인사 전문가 영입과 조직 개편 등을 통해 노사 문제 대응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다만 개별 사안에 대한 직접 개입에는 선을 긋고 제도적 개선과 자문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결국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노사 갈등은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K-바이오의 신뢰성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산업 구조상 단 한 번의 균열이 장기적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판단이 요구된다.업계 관계자는 "위탁생산은 품질 보증과 납기 준수를 기반으로 한 엄격한 계약 산업"이라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중단 이후 발생할 연쇄 효과는 기업 존립과 국가 경쟁력을 뒤흔들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