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협력업체, 30일 SK하이닉스 3공장 앞 집회하청 근로자 하이닉스 상대 교섭 요구 첫 사례"원청은 수억원, 하청은 500만원" 성과 배분 불만李 대통령 "노조도 책임의식 가져야" 우려
  • ▲ SK하이닉스 협력업체 노동자와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30일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SK하이닉스 3공장 앞에서 원청교섭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SK하이닉스 협력업체 노동자와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30일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SK하이닉스 3공장 앞에서 원청교섭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성과급 차별을 문제 삼으며 원청인 SK하이닉스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SK하이닉스를 상대로 하청 노동자들이 공식 교섭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란봉투법 시행을 계기로 반도체 업계에서도 원·하청 성과 배분 갈등이 본격 확산되는 양상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피앤에스로지스지회 등 조합원 30여명은 30일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3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성과급 차별 지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피앤에스로지스는 SK하이닉스에서 생산된 반도체 제품을 경기 이천사업장 등으로 운송하는 협력업체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SK하이닉스 측에 교섭 요구서를 제출했다. 원청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제기할 계획이다.

    노조는 SK하이닉스의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성과 배분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최고치를 기록한 SK하이닉스는 직원들에게 수억원의 연봉과 성과급을 지급했다"며 "반면 하청 노동자들에게는 500만~600만원 수준의 상생장려금만 지급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SK하이닉스의 찬란한 성과는 하청 노동자들과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며 "여전히 하청 노동자들을 소모품처럼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하청 노동자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고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요구는 최근 반도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성과급 갈등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8%, 영업이익은 405% 급증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72%를 웃돌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노조는 이 같은 실적 개선에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기여가 적지 않았음에도 보상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시행된 노란봉투법을 계기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개정안 시행으로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강화되면서, 원·하청 구조가 뚜렷한 산업 전반으로 유사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호황이 노사 갈등을 자극하는 양상에 주목하고 있다. 원청 노조를 넘어 협력업체 노조까지 성과 배분을 요구하면서 향후 원·하청 관계와 비용 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조선업에서는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가 성과급과 정년퇴직자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원청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건설업계에서도 대형 건설사 협력업체 노조를 중심으로 원청 교섭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사측은 노동자를 기업 운영의 소중한 동반자로 대우해야 하며, 노동자와 노조도 책임 의식을 함께 가져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일부 조직 노동자의 과도한 요구가 전체 노동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한편, LG전자 사무직 노동조합도 낮은 임금인상률과 인건비 절감 정책에 반발하며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이 날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농성을 벌였다. 노조는 역대 최대 실적에도 재택근무 축소와 퇴직 권고를 지속하며 인건비 절감을 통해 매년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생산직군이 주축인 제1노조와 분리 교섭을 요구하며 보상 체계 개선을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급증할수록 성과 공유 요구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원청과 협력사 간 보상 체계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