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기간 금융개혁 명분삼은 구조 불합리성 지적금융 시스템 전반 비판, 신용평가 체계 도마 위급격한 변화 시 시장원리 왜곡, 부실대출 우려
  • ▲ ⓒ김용범 정책실장 페이스북 캡처
    ▲ ⓒ김용범 정책실장 페이스북 캡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금리 구조에 이어 신용등급 평가 체계까지 정면으로 겨냥했다. 금리를 넘어 '신용'이라는 금융의 핵심 기준까지 정책 개입이 확장되면서 시장 기반 리스크 관리 체계와의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1일부터 3일까지 금융 구조 불합리성을 지적하는 내용의 글을 SNS 계정에 올렸다. 중저 신용자들이 1금융권 대출에서 배제되면서 비싼 중금리 대출에 내몰리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주요 내용이다.

    김 실장은 "상위 등급은 낮은 금리로 안온하게 자금을 조달하지만 그 아래는 깎아지른 듯한 고금리의 절벽이 기다린다. 그 두 지점 사이가 크게 비어 있다"며 "(한국 금융시장은) 가운데만 휑하게 뚫린 커다란 도넛"이라고 일갈했다.

    김 실장의 글은 이재명 대통령이 불법 사금융 피해자들에게 불법대부 계약은 무효라는 점을 강조한 것과도 연결된다. 이 대통령은 엑스(X)에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글을 공유하면서 "법정 허용치를 넘는 불법대부 계약은 모두 무효"라고 적었다. 지난해 11월 현 금융제도가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강요받는 '금융계급제'가 된 것 아니냐고 말한 것도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정부는 앞서 금융위원회를 통해 신용평가 체계 개편에 나섰고, 이후 중금리 대출 확대와 소상공인 신용등급 체계 신설 등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단순히 금리 문제를 넘어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문제의식을 확대하는 양상이다.

    김 실장은 기존 신용평가 체계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비금융 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신용평가는 상환 가능성을 통계적으로 추정하는 체계라는 점에서 과거 연체 등 금융 이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92.7%로, 경제적 성장 가능성과 상관없이 과거 기록에 연연한다는 것. 매일의 소비와 납부, 플랫폼 활동을 적극 활용해 평가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더불어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그는 "'체리피킹'은 인터넷은행의 사명이 아니다"라며 "그들이 가진 데이터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명확히 증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원래 정책 목표인 포용금융을 외면하고 우량 고객만 골라서 영업하는 행태를 비판하면서, 비금융 데이터를 결합한 새로운 대출 심사 알고리즘을 구축하라는 취지다.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개혁은 불법 사금융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해 중금리 공백을 지적하고, 신용평가 개편까지 논의 범위가 전방위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신용평가 개편은 불법 사금융으로 연결되는 서민들의 자금 수요를 제도권 내로 끌이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신용평가 체계를 보완하기 위한 비금융 데이터로는 공공요금 납부 정보와 통신 납부 정보, 국민연금·건강보험료 납부 실적과 온라인 플랫폼 활동 정보 등을 우선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금융권에 데이터 혁신을 주문하며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신용평가 체계의 급격한 변화가 시장원리를 왜곡하고 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용등급을 정책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시장 기반 리스크 관리 체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할 경우 신용등급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리스크 관리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비금융 데이터를 결합한 알고리즘을 도입했을 때 부실 발생에 대한 부담도 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저신용자에게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을뿐더러 이를 왜곡하면 대출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며 "중금리 대출 시 금리 인하를 강제할 수단이 많지 않은 만큼 어떻게 조화롭게 설정할지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