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분만 뺑뺑이'로 드러난 고위험 분만 체계의 민낯인력 부재·사법 리스크 방치한 채 정보시스템 도입 등 미봉책 우려국가가 책임지는 실질적 면책·보상안 요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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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임신 29주차 산모의 '뺑뺑이 태아 사망' 사고는 대한민국 필수의료 체계가 무너졌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목이다. 정부는 간담회를 열고 실시간 정보시스템 구축과 보상 확대를 약속했지만 의료계 현장에서는 뿌리가 썩었는데 잎사귀만 닦는 격이라는 냉소적 반응이 지배적이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번 사고의 핵심은 지역 내 최고 수준의 치료를 담당해야 할 '권역모자의료센터'가 제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당시 충북대병원을 시작으로 세종충남대병원, 대전충남대병원 등 인접 권역 병원은 물론 타 지역 병원까지 문의했지만 전문의 부재 탓에 실패했고 소방 당국은 전국 단위로 병상을 수소문했다. 결국 헬기를 투입해 부산까지 장거리 이송을 결정했다. 약 3시간 30분 만에 부산 동아대병원에 도착해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태아는 끝내 숨졌다.

    특히 산모를 수용하지 못한 충북대학교병원은 지침상 산과 전문의 4명 이상을 확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근무 중인 전문의는 단 1명뿐이었다. 

    해당 전문의가 외래 진료부터 입원 환자 회진, 의대 수업까지 모든 일정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365일 24시간 응급 대응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 불가능에 가깝다. 배장환 전 충북대병원 공공부원장이 이번 사건을 "아슬아슬한 돌려막기로 버텨온 예고된 참사"라고 규정한 이유다.

    현장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특정 병원의 책임이 아닌 구조적 결함에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모 산부인과 전문의는 "3시간 이상의 이송 지연은 골든타임을 상실케 한다. 태아 생존율을 급격히 낮추고 산모의 생명까지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논란이 되는 '수용 거부'는 의료진의 책임 회피가 아니라 사실상 '수용 불능 상태'를 의미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산과와 신생아중환자실(NICU) 인력의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분만할 의사가 있어도 아이를 받을 전문의가 없거나 반대로 NICU는 비어 있어도 분만 집도의가 없어 환자를 돌려보내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대책 나왔지만…인력확보 없는 정보망 구축은 실효성 미지수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간담회를 통해 오는 6월 실시간 이송 정보시스템 도입과 7월 불가항력 사고 보상 범위 확대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미 붕괴된 인력 인프라를 정보시스템만으로 메우기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개정된 의료분쟁조정법이 형사 부담을 일부 완화했으나, 여전히 민사상 고액 배상 책임과 설명 의무 강화 등 독소 조항이 남아 있어 의료진의 방어 진료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NICU 운영의 구조적 적자를 보완할 과감한 수가 인상 없이는 병원들이 자발적으로 시설과 인력을 확충할 유인이 전무한 실정이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들이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으려면 행정적 편의 위주의 시스템 구축보다 산과와 신생아 전문의를 '국가 필수 전략 인력'으로 지정해 직접 관리하는 수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중론이다.  

    의료계 고위 관계자는 "사건 발생 직후 나온 대책이 또 미봉책에 그친다면 다음 비극의 장소는 또 다른 지역의 도로 위가 될 것"이라며 "임산부가 안심하고 분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국가가 증명해야 할 가장 시급한 존재 이유"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