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으로 내수 출혈경쟁, 25개 업체서 13개로 '강자 생존' 원가 경쟁력 앞세워 해외 생산·판매망 확대 현대차·기아, 신흥시장 저가 공세·선진시장 수익성 압박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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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출혈경쟁에서 벗어나 해외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살아남은 업체들이 더 높은 시장 지배력과 원가 경쟁력을 등에 업고 다양한 수익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6일 중국승용차연석회(CPCA)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유효 판매업체 수는 2021년 63개에서 올해 38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연간 30만대 이상 판매한 업체는 8개에서 2025년 13개로 늘었다. 가격경쟁이 약자를 밀어내고 생존한 업체의 지배력을 키운 셈이다.초기 난립기를 지나 상위 업체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을 주도한 대표적인 업체는 BYD다. BYD는 2023년부터 1000만원대 전동화 차량을 앞세워 출혈경쟁을 이끌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도 같은 시기 이후 특정 업체의 대규모 가격 인하로 다수 업체가 뒤따르며 새로운 가격전쟁 우려가 커졌다고 밝힌 바 있다.가격 인하에도 상위 업체들이 버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 지원이 있다. 중국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BYD, 상치(SAIC) 등 상위 5개 전기차 업체들의 보조금성 지원 규모는 영업이익의 30%, 순이익의 40% 수준으로 추산된다. 보조금과 금융지원이 내수 적자와 유동성 부담을 흡수하는 완충장치 역할을 해온 것이다.중국 정부는 단순 생산 보조금에서 소비 진작형 구매 보조금, 핵심 기술 내재화 기업 대상 연구개발 지원금, 국유은행 저리 대출로 지원 방식을 정교화했다. 일례로 BYD는 지난해 상반기 정부 보조금을 12억8000만위안(약 2722억원)이라 발표했지만 실제 지원은 연구개발 지원, 세제 혜택, 저가 토지, 국유은행 우대대출, 배터리 공급망 지원 등 전반에 퍼져있다.특히 저리대출 효과는 손익에 직접 드러나지 않지만 차입금 규모가 큰 완성차 업체는 국유은행 대출금리가 시장금리보다 1~2%포인트만 낮아도 연간 수천억원의 금융비용을 줄인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역시 중국산 전기차 반보조금 조사에서 이부분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지원은 금융·토지·공급망에 흩어져 있어 정확한 규모를 산출해 규제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이러한 대규모의 정부지원과 더불어 글로벌 판매, 기술 판매 등에서 창출한 수익을 바탕으로 흑자를 기록한 중국 업체들은 총 9개다. 샤오미와 링파오도 흑자 전환에 성공한데 이어 상치의 경우 순이익이 전년 대비 506.5% 급증하는 기염을 토했다. -
- ▲ 지리차의 친환경차 브랜드 지리 갤럭시가 선보인 디자인 컨셉카.ⓒ김서연 기자
나아가 중국 업체들은 내수와 해외를 분리해 손익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내수에서는 한계비용 이하 가격으로 판매해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부품사 협상력을 키우고 해외에서 수익을 회수하는 방식이다.특히 중국의 내수 시장은 신차 출시 주기가 짧고 가격 인하 속도가 빠르다. 지능형 주행, 배터리, 인포테인먼트 등 기술 사양도 빠르게 상향 평준화돼 제품 경쟁력이 유지되기 어렵다. 점유율이 하락하면 회복도 어렵기 때문에 수익성 출혈을 감수하고 판매 볼륨을 유지하는데 집중한다.일례로 BYD 아토3 하위 트림의 중국 MSRP(권장소비자가격) 는 약 2600만원 수준이지만 유럽에서는 5000만원 후반~6000만원 초반이다. 물류비와 관세를 감안해도 내수보다 높은 마진을 남길 수 있다. 중국 시장에서 빠르게 바뀌는 소비 트렌드와 기술 경쟁을 버틴 업체일수록 해외에서는 가격과 제품 대응 속도에서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선진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의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체리의 재쿠 7이 지난 3월 1만64대 팔리며 월간 판매 1위에 올랐다. 현지 매체 가디언은 재쿠 7의 부상이 중국 내 혹독한 가격전쟁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내수 경쟁이 치열해진 중국 업체들이 수익과 시장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일부 업체는 차량 판매 외 수익원도 확보하고 있다. 샤오펑, 링파오, 지리 등은 자체 개발한 전자·전기 아키텍처와 스마트 주행 소프트웨어를 글로벌 레거시 업체에 라이선스해 연구개발 투자 부담을 상쇄하고 있다. 글로벌 업체로부터 받은 기술 제휴 계약금과 지분 투자금은 내수 가격경쟁을 버티는 자금원으로 활용된다. 지난해 3분기 샤오펑의 기술 수익은 23억3000만위안(약 5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1.4%를 차지했다.이 같은 기술 제휴는 중국 전기차 생태계 전반의 진입 비용도 낮추고 있다. 선도 업체가 아키텍처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면 후발 업체는 기술을 독자 개발하지 않아도 신차 개발 기간과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중국 내 설계·인증·위탁생산(ODM) 생태계까지 결합되면서 자체 공장과 대규모 초기 투자가 없는 업체도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경쟁 속도가 계속 빨라지는 배경이다. -
- ▲ 화웨이의 XMC 스마트 플랫폼.ⓒ김서연 기자
중국 업체들의 신흥시장 공략은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패키지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 등 9개 부처는 2024년 신에너지차 무역협력 지원 방안을 내고 해외 마케팅·정비망 구축, 부품센터, 국제 물류, 공급망 금융, 수출신용보험, 위안화 결제 확대 등을 지원 과제로 제시했다. 정부와 금융권, 물류망, 배터리 공급망이 함께 움직이며 동남아, 남미, 중동 등 신흥시장에서 공격적으로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판매 기반을 다져온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와 현지화 속도전이 동시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선진시장에서는 수익성 압박이 더 직접적이다. 중국 업체들은 유럽에서 관세와 규제를 피하기 위해 현지 생산과 제3국 생산을 늘리고 있다. BYD는 헝가리, 튀르키예, 브라질, 태국 등에서 생산거점 구축을 추진해왔고, 상치 MG도 유럽 내 생산 방안을 검토해왔다. 중국 업체가 내수보다 높은 가격을 받더라도 기존 완성차 업체보다 낮은 가격대를 제시하면 시장 가격 기준이 내려간다.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는 신흥시장에서는 점유율을 방어해야 하고, 선진시장에서는 전기차 마진을 지켜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된다.중국계 IB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살아남은 업체들은 단순히 판매량만 늘린 것이 아니라 원가 관리, 공급망 운영, 개발 속도에서 질적 성장을 이룬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이들은 내수에서 검증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동남아, 남미, 중동 등 신흥시장 투자에도 적극적”이라며 “해외 생산거점과 판매망 구축에 비용을 아끼지 않는 만큼 한국 업체들도 단순 가격 대응을 넘어 원가 구조와 수익 모델을 함께 재점검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