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두나무 지분 1조 베팅…은행권 첫 대형 가상자산 직접 투자9년 이어진 '금가분리' 그림자 규제…"완화냐 명문화냐" 당국 선택에 관심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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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에 1조원을 베팅하면서 성역으로 여겨진 정부의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 분리)' 기조에 균열을 일으켰다. 이번 사례가 규제 완화 신호탄이 될지, 제도권 규제를 공고하게 만드는 발판이 될 것인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주식 228만4000주를 약 1조33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거래를 마치면 하나은행은 두나무 지분 6.55%를 취득하며 4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이번 빅딜은 금융당국의 금가분리 기조 속에서 나온 은행권의 첫 대형 직접 투자 사례로 평가된다. 당국은 자금세탁과 금융범죄를 차단하고,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시장의 리스크가 제도권 금융시스템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우려해 금가분리 기조를 유지해 왔다.

    정부는 지난 2017년 비트코인 광풍을 계기로 가상통화 관련 두 차례 특별 대책을 발표하면서 금융회사 등의 가상자산 투자와 지분 참여를 사실상 제한했다. 법적 근거가 될 모법이 없는 상태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에 행정지도하는 형태로 이뤄졌음에도 강력한 통제 장치로 작동해 왔다.

    이후 은행권의 가상자산 투자는 은행법과 금가분리 영향으로 VC(벤처캐피탈) 계열사를 통한 지분 투자나 합작법인 설립에 그쳤다. 금융지주 산하 VC가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업체에 투자하거나, 펀드를 조성해 가상자산 관련 스타트업이나 블록체인 인프라에 소액지분 투자를 집행하는 식이다. KB국민은행은 2020년 가상자산 수탁사업 합작법인 ‘KODA(한국디지털에셋)’을 세웠고, NH농협은행은 2021년 커스터디 기업 카르도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 "금지보다 관리" … 해외 금융권,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가속

    해외에서도 금융권과 가상자산을 분리하는 엄격한 규제가 적용 중이다. BIS(국제결제은행)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금융기관이 가상자산에 투자할 경우 1250%의 위험가중치 적용을 권고하며 사실상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막고 있다. 미국에서도 SEC(증권거래위원회)의 SAB 121(회계처리지침)을 적용받아 은행이 가상자산 수탁 시 부채와 자산에 동시에 잡도록 강제하면서 BIS 비율(자본적정성) 유지에 어려움을 겪게 만든 족쇄로 작용했다.

    다만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과 규제 완화를 거치며 은행이 가상자산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세계 최대규모 수탁은행인 미국 BNY멜론은 현물 ETF 수탁사로 참여하는 한편, 기관투자자를 위한 가상자산 직접 수탁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했다. 유럽에서도 시중은행이 가상자산 수탁기업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거나, 직접 가상자산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고 유로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해 유통하는 사례도 나타나는 추세다.

    ◆ 불문율 깨진 금가분리 … 관리형 규제체계 전환 기로

    표면적으로 하나은행의 두나무 지분 6.55% 획득은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볼 수 있다. 현행법상 은행은 비금융회사 지분을 15% 이상 소유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입법을 예고한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과정에서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 보유 한도를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단순 지분투자가 아닌 사실상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지배력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독점권을 행사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제동이 걸릴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와 두나무 간 합병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플랫폼과 거래소, 은행의 대규모 가상자산 컨소시엄이 구성되며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독점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나은행 사례가 금가분리 규제 유효성을 판단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가분리 원칙을 고수하며 명문화된 실존 규제로 발전시킬지, 아니면 완화하면서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흐름에 물꼬를 틀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금가분리 완화 기조가 이어지고 스테이블코인이 대두되면서 단순 금지보다는 관리형 허용 체계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명문화된 법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만큼 명확한 규제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