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500원 뚫고 美 금리인상 우려까지 겹쳐내수 부진·가계 빚 부담에 금리 인상 '기초체력' 한계시장선 기준금리 유지·점도표 상향 등 '매파적 동결' 전망
  • ▲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시장 지표가 표시되고 있다. ⓒ 연합뉴스
    ▲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시장 지표가 표시되고 있다. ⓒ 연합뉴스
    올 1분기 가계가 진 빚이 2000조원에 육박하고 원·달러 환율마저 1500원을 돌파하면서, 이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내 금리인상론 대두로 금리 인상 명분은 커졌지만, 사상 최대치로 불어난 가계 빚과 취약한 내수 여건이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유지하되 구두개입을 병행하는 '매파적 동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 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1979조1000억원) 대비 14조원 증가 수치로, 200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고금리 장기화 기조 속에서도 이른바 '영끌'과 '빚투' 수요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며 부채 규모를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늘어난 부채를 감당할 대내적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 7%를 다시 넘어서며 이자 부담이 가중된 데다, 기업들의 건전성 지표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중소기업 연체율은 3월 말 0.58%에서 지난달 말 0.65%로 한 달 새 0.07%포인트(p) 상승하는 등 한계 기업들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대외 거시 환경도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510원을 돌파하며 한 달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은 지난 15일 1500원을 넘어선 이후 연일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8%를 기록하며 2023년 5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은 점이 원화 가치에 악재로 작용했다. 물가 지표가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속화 우려를 키우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론까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미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외국인 자본 이탈과 환율 추가 상승 우려로 인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이번 5월 금통위에서 '매파적 동결'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한다.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 속에서 현 수준에서 묶어두되 강력한 구두 개입을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씨티은행은 "한국은행이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하되,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신호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결국 시장의 시선은 금통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를 얼마나 위로 이동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환율 압박이 동시에 커진 만큼, 금통위원들의 중간값 전망치가 기존보다 높아지는 등 인상 분위기가 짙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 역시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한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5월 금통위까지 (경제 지표 흐름이) 확인이 된다면 2월 점도표보다는 올라갈 수 있는 여지는 많이 있다"며 "확률분포가 전반적으로 조금은 오를 수 있다"고 밝혀, 매파적 기조가 한층 강화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은이 실제 금리 인상을 단행할 확률은 낮지만, 인상 압박은 더 크게 다가온 상황"이라며 "이번 금통위에서는 총재 발언 및 점도표 상향 등을 통한 구두 개입이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