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라파워 공급망 진입, 정기선 원전 투자 성과 가시화크로아티아에 미니 원전·초계함 묶은 협력안 제시해상 원전 협력망까지 확대, 조선 이후 장기 먹거리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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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기선(오른쪽) HD현대 회장이 작테라파워를 설립한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HD현대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이 원전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미국 테라파워의 차세대 원전 공급망에 진입한 데 이어 유럽 시장으로도 사업 외연을 넓히고 있다. 조선 호황 이후를 겨냥한 정 회장의 신사업 전략이 원전·에너지 인프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원전 사업은 미국, 크로아티아, 영국, 덴마크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영국 로이드선급, 덴마크 시보그, 미국 웨스팅하우스·테라파워 등이 참여한 해상 원자력 민간기구 NEMO 공동 설립에도 참여했다.HD현대중공업은 지난 21일 테라파워 나트륨 원자로의 주기기(RES) 핵심 설비를 제작·공급하는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에 건설되는 나트륨 원자로는 345MW급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다.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쓰고 용융염 기반 에너지저장장치를 결합해 출력을 최대 500MW까지 높일 수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가 미국에서 상업용 비경수로 원전에 건설허가를 발급한 첫 사례다.이번 우선협상자 선정은 단품 기자재 공급을 넘어 원전 핵심설비 공급망으로 역할이 확장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2022년 테라파워에 3000만 달러를 투자하며 차세대 원전 사업에 발을 들였다.미국 실증로 사업을 발판으로 유럽 시장 대응 범위도 넓히고 있다. HD현대는 크로아티아에 미니 원전 협력과 다목적 초계함 건조, 현지 조선소 활용을 포함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제안한 것으로 파악된다. 크로아티아는 해군 전력 현대화를 위해 다목적 초계함 2척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한국 업체 중 유일하게 정보제공요청서(RFI)를 받은 후보군에 포함됐다. 사업 규모는 6억6000만(약 1조 1559억원)~16억유로(약 2조 8024억원)로 추산된다.크로아티아는 자국 조선업 재건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고민하는 시장이다. HD현대 입장에서는 함정 수출을 앞세워 현지 산업 협력 명분을 확보하고, 테라파워 협력으로 쌓은 차세대 원전 제조 역량을 유럽 에너지 인프라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다.특히 원자로 용기와 나트륨 원자로 핵심 설비는 고강도 소재 가공과 정밀 용접, 엄격한 품질 관리가 요구된다. 선박과 해양플랜트, 특수선 사업에서 축적한 제작 역량이 원전 기자재 사업의 기반이 되는 셈이다. 정 회장이 원전을 조선 제조 역량의 확장판으로 보는 이유다.정 회장이 원전 사업을 키우는 것은 조선 호황 이후를 대비한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볼 수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고부가 선박과 특수선 수주 확대에 힘입어 수주잔고를 쌓고 있지만 선박 발주는 운임과 선가, 금리, 환경 규제, 지정학 변수에 따라 변동이 크다. 현재의 수주잔고가 곧 장기 성장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반면 원전은 공급망 진입 장벽이 높은 대신 한 번 레퍼런스를 확보하면 후속 프로젝트와 장기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조선업의 경기 변동성을 보완할 장기 먹거리로 원전을 키우는 셈이다. 기존 조선·해양플랜트 제작 역량을 활용하면서도 안정적인 신사업 축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