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노사 잠정합의안 투표율 95.5%, 찬성률 73.7% 반도체 중심 초기업노조 찬성률 80% 넘어 압도적완제품 중심 전삼노 찬성률 21% 그쳐 내부 균열 급한불 껐지만 주주권·계열사 보상 요구까지 산넘어 산
  • ▲ ⓒ챗GPT
    ▲ ⓒ챗GPT
    삼성전자 노사의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하면서 총파업 위기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번 가결이 노사 갈등의 종착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반도체 DS부문과 모바일·가전 DX부문 간 성과급 격차가 크게 벌어진 데다 노조별 표심도 극명하게 갈렸다. DX부문 중심 노조의 법적 대응, 소액주주 반발, 계열사 보상 요구까지 겹치면서 삼성전자는 합의안 통과 직후부터 더 복잡한 후폭풍을 마주하게 됐다.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27일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결과 전체 투표 재적 조합원 6만5593명 중 6만2616명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투표율은 95.5%다. 찬성은 4만6142명, 반대는 1만6474명으로 최종 찬성률은 73.7%를 기록했다. 잠정합의안은 과반 투표와 투표자 과반 찬성 요건을 충족하면서 효력을 갖게 됐다.

    노조별 표심은 엇갈렸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재적 조합원 5만7332명 중 5만5333명이 투표해 투표율 96.5%를 기록했다. 찬성은 4만4606명, 반대는 1만727명으로 찬성률은 80.6%였다. 반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재적 조합원 8261명 중 7283명이 투표했고, 찬성 1536명, 반대 5747명으로 찬성률이 21.1%에 그쳤다. 전체 결과는 가결이지만, 전삼노에서는 반대표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셈이다.

    ◇성과급 6억원 대 600만원, 같은 회사 안의 보상 균열

    이번 합의안의 핵심은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DS부문 사업성과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삼고, 이를 자사주 방식으로 지급한다. 기존 초과이익성과급인 OPI는 현행 방식을 유지한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300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연봉 1억원 기준 특별경영성과급 약 5억5000만원과 OPI 5000만원을 합쳐 최대 6억원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온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는 특별경영성과급과 OPI를 합쳐 약 2억1000만원 수준이 예상된다. 반면 스마트폰·TV·가전 등을 담당하는 DX부문은 약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만 받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격차가 단순 불만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반도체연구소, DX부문이 한 회사 안에 묶인 구조다. HBM과 선단 공정, 첨단 패키징 경쟁력 회복에는 여러 조직의 기여가 함께 작용한다. 그럼에도 보상이 특정 사업부에 집중되는 구조가 굳어지면 성과급은 노사 갈등을 봉합하는 장치가 아니라 사업부 간 위화감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DX부문 반발은 이미 법적 대응으로 번졌다. DX 직원 중심의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은 투표 절차와 대표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동행노조는 공동교섭 과정에서 DX부문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투표 참여에서도 배제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초기업노조는 동행노조가 잠정합의 전 공동교섭단에서 탈퇴했기 때문에 투표권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합의안은 통과됐지만 공동교섭단 지위와 투표권, 대표성 문제를 둘러싼 노노갈등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주주권·자사주 논란도 2라운드

    회사 밖에서는 주주 반발도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주주명부 열람 이후 임시주주총회 소집과 효력정지 가처분, 무효확인 소송 등을 검토하고 있다. 주주들은 사업성과에 연동한 성과급과 자사주 지급 방식이 이사회와 주주총회 권한, 주주환원 재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자사주 지급 방식은 민감한 대목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현금 유출을 줄이고 임직원 보상과 장기 기업가치를 연결하는 장치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주주 입장에서는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가 임직원 보상 재원으로 이전되는 구조다. 주가 상승으로 보상 가치가 커질 경우 기존 주주와 임직원 간 이해관계 충돌도 커질 수 있다.

    성과급의 법적 성격 논란도 남아 있다. DS 특별경영성과급은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에 포함됐지만, 통상적 임금·근로조건인지, 노사 간 별도 약정인지에 따라 향후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성과급을 근로조건으로 보면 단체협약 유효기간 제한과 충돌할 수 있고, 별도 개별협정으로 보면 10년 구속력은 강해지지만 향후 이를 이유로 한 쟁의 명분은 약해질 수 있다.

    ◇전문가 “가결돼도 안정 어렵다”

    전문가들도 합의안 가결이 노사관계 안정으로 곧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본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문 간 갈등이 점점 더 깊어질 것”이라며 “젊은 세대가 결과가 정리됐다고 깔끔하게 승복하기보다 온라인과 조직 내부에서 불만을 계속 표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메모리와 DX 간 성과급 격차에 대해 “600만원으로 견디겠느냐”며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밑에서 마그마가 끓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회사 비판보다 노조 지도부를 향한 노노갈등으로 갈 가능성이 크고,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내년 임금협상과 단체교섭 과정에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나 부문별 요구가 나올 가능성도 거론했다.

    후폭풍은 삼성전자 내부에만 머물지 않을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주요 전자 계열사에서도 삼성전자식 성과급 산정 기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AI(인공지능) 반도체 경쟁이 HBM(고대역폭메모리), 선단 공정, 첨단 패키징, 파운드리 투자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사업성과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는 방식이 장기 투자 여력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