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100주년 맞아 '5개 포스트 렉라자' 공개병용전략-패키지딜-NewCo 등 글로벌 확장형 R&D 제시단일 기술수출 아닌 '반복 가능한 성공 시스템' 구축 방점"R&D 역량-혁신신약 상업화 노하우 갖춰 … 글로벌 기업 발돋움"
  • ▲ 서울 동작구 소재 유한양행 본사. 사진=성재용 기자. 260528 ⓒ뉴데일리
    ▲ 서울 동작구 소재 유한양행 본사. 사진=성재용 기자. 260528 ⓒ뉴데일리
    유한양행이 창립 100주년을 맞아 '포스트 렉라자' 전략을 전면에 꺼내 들었다. 단순히 차세대 파이프라인을 공개하는 수준을 넘어 글로벌 신약 성공을 반복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구조를 만들겠다는 메시지다.

    28일 유한양행은 'R&D Day'를 열고 차세대 항암·대사·면역질환 파이프라인 전략을 공개했다. 발표 자료에는 '5개의 포스트 렉라자'라는 표현이 직접 등장했다. 창립 100주년에 사실상 '렉라자 이후'를 공식 선언한 셈이다.

    이날 발표는 단순 연구개발 소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신약후보물질 숫자가 아니다. 렉라자 이후에도 글로벌 신약 성공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데에 더 가깝다.

    특히 단일 후보물질을 개별적으로 키우는 방식보다 병용요법 라인업과 패키지 딜, 공동임상, NewCo 설립 등을 결합한 개발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는 국내 제약업계의 상징적 신약이다. 국산 항암신약의 글로벌 상업화 가능성을 입증했고, 유한양행 역시 전통 제약사를 넘어 글로벌 혁신신약기업으로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바이오 시장은 단일 신약 성공이나 대형 기술수출 한 번만으로 장기 프리미엄을 주지 않는다. 실제 국내 바이오업계에서도 굵직한 기술수출 이후 후속 성과를 이어가지 못한 사례는 적지 않았다. 시장이 유한양행의 포스트 렉라자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유한양행 주가 흐름 역시 이런 기대와 부담이 동시에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렉라자 성과와 실적 개선은 인정받고 있지만, 시장이 원하는 '다음 성장축'은 아직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도 유한양행은 이 지점을 강하게 의식한 흔적을 드러냈다. 유한양행은 △알레르기 치료제 'YH35324(Lesigercept)' △MASH 치료제 'YH25724' △HER2 표적 항암제 'YH42946' △HER2/4-1BB 이중항체 'Nesfrotamig' △EGFR/4-1BB 이중항체 'YH32364' 등을 차세대 핵심 자산으로 제시했다.

    눈에 띄는 것은 파이프라인 숫자보다 전략의 방향이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개발의 핵심 교훈으로 타깃의 '수직적 차단(vertical blockade)'과 '암 면역 활성화'를 제시했다.

    단순 표적 억제만으로는 후발주자가 기존 치료제를 넘기 어렵고, 병용요법을 통해 장기 생존과 1차 표준치료 진입을 노려야 한다는 판단이다. 앞서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얀센의 '리브리반트'와 병용전략을 통해 글로벌 블록버스터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 ▲ 김열홍 유한양행 R&D부문 총괄사장이 R&D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성재용 기자. 260528 ⓒ뉴데일리
    ▲ 김열홍 유한양행 R&D부문 총괄사장이 R&D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성재용 기자. 260528 ⓒ뉴데일리
    실제 회사는 HER2 TKI와 HER2/4-1BB 이중항체 병용전략, EGFR/4-1BB 이중항체와 SOS1 억제제·면역항암제 병용전략 등을 전면에 배치했다.

    이는 과거 국내 제약사들의 '파이프라인 숫자 경쟁'과는 결이 다르다. 초기 과제를 무작정 늘리기보다 상업화 가능성이 큰 후기 자산과 병용전략 중심으로 연구개발구조를 재편하는 흐름에 가깝다.

    유한양행 역시 모든 후보물질을 자체 자금으로 끝까지 끌고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대신 국내 조건부 허가가 가능한 항암제는 조기 상업화로 매출을 만들고, 병용 시너지가 확인된 자산은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임상으로 키우며 대규모 임상이 필요한 알레르기·대사·신장 질환 후보물질은 라이선스아웃이나 NewCo 설립으로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비용구조다. 병용 임상은 비교 약이나 병용 약제 구매비용이 임상비용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유한양행은 자체 병용 라인업을 확보할 경우 임상비용을 줄이면서도 글로벌 파트너에게 패키지 딜을 제안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단일 자산보다 복수 자산을 묶어 협상력을 높이고, 일부 자산의 기술수출 자금을 다시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유한양행의 재무 흐름 역시 이런 변화와 맞물린다. 외형 성장세와 현금 증가 흐름은 이어가고 있지만, 연구개발비율은 낮아지고 있다. 반면 판관비율 하락과 차입 부담 완화 등 효율 중심 운영 기조는 강화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R&D 축소보다 '선택과 집중형 투자'로 해석하고 있다. 과거처럼 다수의 초기 과제를 동시에 키우기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큰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려는 전략인 것이다.

    이번 발표에서 표적단백질분해(TPD), TPC(Targeted Protein Capture),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Yu-NIVUS' 등을 함께 공개한 것도 같은 흐름으로 읽힌다. 개별 신약보다 반복 가능한 연구개발 시스템 구축에 무게를 둔 것이다.

    결국 이날 발표의 핵심은 단순 파이프라인 공개가 아니다. 렉라자 이후에도 글로벌 신약 성공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100주년을 앞둔 유한양행의 과제는 더 이상 '좋은 제약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렉라자 이후에도 글로벌 신약 성공을 반복할 수 있는 기업임을 증명하는 데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열홍 유한양행 R&D부문 총괄사장은 "진짜 성공 가능성이 큰 물질은 임상 1상 후기~2상 초기 단계에서 글로벌 기술수출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유한양행은 실제 상업화 가능성이 큰 단계의 자산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R&D 역량은 물론, 'Best-in-class' 후보 약물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혁신신약을 상업화시킬 수 있는 노하우도 갖추고 있다"며 "1차 표준치료법 개발을 정조준하고 시장성 확보를 통해 글로벌 블록버스터 약물을 내놓고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