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자동차 투자 요인 중 안보 비중이 ‘절반’이익보다 생존 … 해외직접투자 확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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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와 자동차 기업들이 비용과 수익성보다 보조금 수혜와 관세 장벽 우회를 위해 해외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31일 ‘경제안보 패러다임의 부상과 우리나라 투자의 구조적 전환’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 결정 방식이 효율성보다는 안보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선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과거에는 경기가 좋으면 기업들이 국내 설비투자를 늘렸지만, 2020년 전후 '경제안보 패러다임'이 부상하면서 이 공식이 완전히 깨졌다는 설명이다. 구조적 변화는 ▲설비투자의 경기 동조성 약화 ▲해외직접투자(FDI) 확대 ▲군비지출(국방비, 방산투자) 증가 등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는 것.

    한은 조사국 구조분석팀이 SVAR 모형으로 분석한 결과 설비투자 결정 요인 중 안보·글로벌 기여 비중은 과거(2001~2019) 29.6%에서 2020년 이후 43.9%로 14.3%p 확대됐다. 반도체는 같은 기간 기여 비중이 33.1%에서 48.7%로 상승했고, 자동차는 25.9%에서 50.9%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는 주요 경제권과는 반대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과 독일, 일본과 중국 등 국가들은 지정학적 위험(GPR) 충격 시 자국 내 설비투자를 촉진하지만, 패권 경쟁 노출도가 높은 한국은 국내 투자를 유보하고 자본유출 압력을 받는다는 점에서다. 다만 공급망 압력(GSCPI) 충격 시 반대로 반도체 등 핵심 중간재 공급국으로서 선제적으로 생산능력을 늘려 국내 투자가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특성도 보였다.

    한국은행은 해외직접투자로 기업들이 우호국 중심 ‘이너서클’에 진입해 보조금을 받고 기술표준 경쟁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불가피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는 국내 제조 협력 생태계를 약화시키고, 고용 유발효과를 둔화시킬 수 있고 수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설웅 한국은행 조사국 구조분석팀 과장은 “국내 제조 수출 기반 약화로 귀결되지 않도록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해야 한다”며 “기술동맹 네트워크 강화와 R&D의 국내 잔류 유인 제고, 고숙련 인재양성을 통한 무형자산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