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기술수출 12.9조원에도 시장은 냉랭계약보다 마일스톤·매출·로열티가 새 평가 기준데이터·플랫폼·허가 이후 현금흐름 전환에 주목"기술 검증 넘어 가치실현 능력이 새로운 경쟁력"
-
- ▲ 바이오 이미지. ⓒ연합뉴스
[편집자주] 국내 바이오산업은 오랫동안 기술개발과 기술수출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최근 시장은 기술수출 자체보다 이후 실제 가치실현으로 이어지는지에 더 주목하고 있다. 뉴데일리는 [K-바이오, 가치실현의 시간] 시리즈를 통해 국내 주요 바이오텍들이 기술을 기업가치와 현금흐름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기술수출과 마일스톤, 상업화와 로열티 등 K-바이오의 새로운 승부처를 짚어본다.국내 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이 다시 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계약 체결보다 이후 성과에 쏠리고 있다. 대형 기술수출과 플랫폼 계약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제 마일스톤과 매출, 로열티로 연결될 수 있는지가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22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체결한 주요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은 8건으로, 공개된 7건의 누적 계약 규모는 12조9135억원에 달한다. 아리바이오, 한미약품, 큐라클·맵틱스, 오스코텍, 알테오젠 등이 잇달아 대형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K-바이오 기술경쟁력이 다시 글로벌 시장에서 평가받는 분위기다.기술수출은 오랫동안 국내 바이오기업의 대표적인 가치평가 지표였다. 기술수출은 곧 기업가치 상승으로 연결됐고, 글로벌 빅파마와의 계약 체결 자체가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하지만 시장 반응이 달라졌다. 기술수출 규모는 다시 확대됐지만, 투자심리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한미약품은 일라이 릴리와 기술수출 계약 발표 직후 반등했으나 이후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했고, 오스코텍도 아지오스와 계약 체결 이후 주가 흐름이 제한적이었다. 알테오젠과 리가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등 주요 바이오 종목 역시 연초 이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기술수출이 곧바로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지던 과거 공식이 약해진 셈이다.시장 변화의 배경에는 기술수출 계약 구조가 있다. 대부분의 기술수출 계약은 계약금과 단계별 마일스톤, 판매 로열티로 구성된다. 공시되는 총 계약 규모는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는 잠재 금액을 포함한다. 실제 기업으로 유입되는 현금은 임상 진전과 허가, 판매 성과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같은 조 단위 계약이라도 계약금 비중과 임상 단계, 파트너사의 개발 의지, 상업화 가능성에 따라 실질 가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증권가에서도 같은 지점을 보고 있다. 김선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약·바이오도 실적으로 성장을 입증해야 하는 시기"라며 "R&D 마일스톤 달성과 기술이전이 실적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수출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후 단계에서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지가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다.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제약·바이오 섹터가 주요 이벤트를 앞두고 있지만, 시장은 공시를 보여주기 전까지 관망세"라고 진단했다. 알테오젠 특허 이슈 해소 등 일부 긍정적 이벤트에도 추가 기술수출과 임상 결과 등 후속 성과 확인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기술수출 공식도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임상 2상이나 3상 결과를 확보한 뒤 기술이전 협상이 본격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임상이나 임상 1상 단계에서도 대형 계약이 성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홍유석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빅파마들이 혁신적인 신규 타깃과 차별화된 기전을 가진 물질을 조기에 확보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 진입 이후 기술이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연구 초기 단계부터 사업화 가능성을 고려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다만 기술 확보 시점이 앞당겨졌다고 해서 기업가치 검증 과정이 짧아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장은 기술수출 이후 단계를 더 정교하게 따지기 시작했다. 이는 최근 바이오기업들의 성장 경로와도 맞닿아 있다.초기 데이터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지, 플랫폼 기술이 반복 가능한 사업모델이 되는지, 기술수출 계약이 마일스톤으로 회수되는지, 허가가 처방과 매출로 연결되는지, 상업화가 로열티 수익으로 이어지는지가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결국 데이터가 계약으로, 계약이 마일스톤으로, 허가가 매출로, 기술이 로열티로 이어지는 전 과정이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이는 기술수출의 가치가 낮아졌다는 뜻은 아니다. 기술수출은 여전히 국내 바이오기업의 가장 중요한 성장 이벤트다. 다만 시장은 더 이상 기술수출이라는 한 지점만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기술이 실제 현금흐름으로 전환되는 전 과정을 보기 시작했다. K-바이오의 경쟁이 기술 확보에서 가치실현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의 기술수출이 단발성 계약 체결에 그쳤다면 이제는 실제 임상 진척과 상업화 성공률에 기반해 마일스톤이 유입되는 본궤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기술수출 계약이 시장 기대를 높이는 단계라면 임상 개발과 사업화는 그 가치를 검증하는 과정"이라며 "후속 임상 진행과 안정적인 자금 조달, 상업화 성과가 향후 기업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