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DNA·RNA 동시 분석해 치매 고위험군 선별한국·미국 환자 486명 교차 검증 … 발병 위험 예측력 최대 3.4배↑고비용·통증 동반하는 정밀 검사 전 '1차 스크리닝' 도구 활용 기대
  • ▲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박영호 교수, 편정민 교수, 황지윤 연구원, 인디애나대학 노광식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박영호 교수, 편정민 교수, 황지윤 연구원, 인디애나대학 노광식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속으로는 이미 치매가 진행 중인 환자를 '피 한 방울'로 미리 찾아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동안 수백만 원에 달하는 비용이나 통증 부담 때문에 선뜻 대중화되지 못했던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 패러다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박영호·편정민 교수, 황지윤 연구원과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노광식 교수 공동 연구팀은 타고난 유전적 취약성(DNA)과 현재의 유전자 활동 상태(RNA)를 혈액 검사로 동시에 들여다보는 통합 분석 지표를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치매 발병 전 '위험 신호'를 보다 저렴하고 간편하게 잡아내는 스크리닝(선별) 도구로의 활용이 기대된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 저하 등 눈에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기 짧게는 수년, 길게는 20년 전부터 뇌 손상이 시작된다.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증상이 없는 고위험군 단계에서 환자를 가려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진단의 문턱이 너무 높았다는 점이다. 현재 정밀 진단에 쓰이는 아밀로이드 양전자 단층촬영(PET)은 1회당 100만~2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여서 일반적인 건강검진용으로 쓰이기 어렵다. 척추에 바늘을 찔러 뇌척수액을 뽑아내는 검사는 심한 통증과 부작용 우려로 환자들의 거부감이 컸다.

    최근 의료계가 혈액 유전자 검사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선천적인 DNA 정보만 보거나 후천적인 RNA 정보만 단독으로 분석할 경우, 환자를 정확히 감별해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 선천적 설계도와 후천적 활동 결합 … 정확도 '껑충'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인간의 선천적인 유전자 설계도(DNA)와 그것이 현재 체내에서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활동 패턴(RNA)을 결합해 종합 위험 점수를 매기는 방식을 시도했다.

    연구팀은 한국(분당서울대병원) 환자 173명과 미국 알츠하이머병 신경영상 이니셔티브(ADNI)의 데이터 313명 등 총 486명의 혈액을 교차 분석했다. 인종과 유전적 배경이 완전히 다른 두 집단에서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지 검증하기 위해서다.

    분석 결과는 정밀했다. DNA와 RNA 위험 점수가 모두 높은 고위험 그룹의 경우, 실제 알츠하이머 환자일 확률이 한국인 집단에서는 80%, 미국인 집단에서는 56%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두 점수가 모두 낮은 저위험 그룹에서 실제 환자가 포함된 비율은 14~17%에 불과했다.

    특히 나이 등 다른 유효 변수를 모두 통제한 상태에서도 두 지표가 모두 높은 집단은 낮은 집단에 비해 알츠하이머로 진단될 확률(보정 오즈비)이 한국 환자군에서 3.39배, 미국 환자군에서 2.53배나 높았다.

    이번 연구는 비용이 저렴한 혈액 검사만으로도 고가의 PET 검사나 통증이 따르는 뇌척수액 검사를 받아야 하는 '위험군'을 1차로 정확하게 걸러낼 수 있다는 시사점을 던진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치매 조기 스크리닝 시스템 구축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박영호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대응의 핵심은 자신이 고위험군인지 미리 알고 대처하는 것"  이라며 "이번에 개발한 DNA·RNA 결합 모델이 향후 정밀검사가 꼭 필요한 대상자를 선별해 유도하는 효율적인 가이드라인(도구)이 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전 세계 치매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병 및 치매(Alzheimer's & Dementia)' 최신호에 게재되며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