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영업이익 181% 늘었지만 "자본시장 평가는 냉정"비핵심 사업 효율화·핵심 브랜드 가치 제고 주문AI·지정학 변수 확대 … CEO에 PEST 관점 대응 당부
  • ▲ 롯데는 15일 롯데월드타워에서 '2026 하반기 VCM'을 개최했다. 본 회의에 앞서 그룹 AX 추진 현황 및 사례를 소개하는 'AI 에이전트 전시'를 진행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이 황민재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오른쪽)으로부터 음성과 모션 인식 기반 'AI 비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롯데
    ▲ 롯데는 15일 롯데월드타워에서 '2026 하반기 VCM'을 개최했다. 본 회의에 앞서 그룹 AX 추진 현황 및 사례를 소개하는 'AI 에이전트 전시'를 진행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이 황민재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오른쪽)으로부터 음성과 모션 인식 기반 'AI 비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롯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실적 반등에 안주하지 말고 사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릴 것을 주문했다. 올해 1분기 그룹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지만 자본시장의 평가는 여전히 냉정하다는 판단에서다. 비핵심 사업은 효율화하고 핵심 브랜드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사업 재편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롯데는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2026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회의)을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롯데지주 대표이사와 주요 실장, 각 계열사 대표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신 회장이 이날 꺼낸 핵심 화두는 본원적 경쟁력 강화다. 유통과 식품, 화학, 호텔 등 주력 사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기존 성장 방식만으로는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상반기 그룹 전반의 실적이 개선됐지만 외부 자본시장의 시각은 여전히 냉정하다고 보고 있다. 단기적인 실적 반등을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려면 사업 구조와 수익성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롯데가 집계한 그룹 계열사 합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은 18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876억원으로 181% 늘었다.

    주요 계열사 실적도 개선됐다. 롯데쇼핑의 1분기 영업이익은 25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롯데웰푸드는 118% 늘어난 358억원, 호텔롯데는 83% 증가한 74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도 10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주력 사업의 성장 정체와 재무 부담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신 회장이 실적 개선에도 자본시장의 평가를 언급한 것은 비용 절감이나 업황 회복에 따른 단기 반등만으로는 기업가치를 충분히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지난 10년간 그룹의 사업 경쟁력이 정체됐다는 점도 짚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한 실행 방안으로 ▲선택과 집중 ▲끊임없는 개선과 혁신 ▲경영의 기본 원칙 준수 등을 제시했다.

    특히 그룹의 전략 방향과 맞지 않는 비핵심 사업을 효율화해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성과 경쟁력이 낮은 사업은 재정비하고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신 회장이 선택과 집중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하반기에도 계열사별 사업 구조 조정과 자산 효율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 ▲ 롯데 사장단 ⓒ정상윤 기자
    ▲ 롯데 사장단 ⓒ정상윤 기자
    핵심 사업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다시 키운다. 신 회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핵심 브랜드의 가치를 끌어올릴 것을 당부했다. 식품과 유통 등 롯데가 오랜 기간 쌓아온 사업 기반은 살리되 상품과 점포, 서비스를 시장 변화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투자 원칙도 한층 엄격해진다. 신 회장은 고객 중심과 수익 창출이라는 경영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며 투자 타당성과 수익성을 철저히 검증한 뒤 재무 건전성을 고려한 범위에서 집행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지난 1월 상반기 VCM에서 선언한 수익성 중심의 질적 성장을 구체화한 것이다. 당시 신 회장은 매출 중심의 외형 성장에서 벗어나 수익성과 투하자본이익률(ROIC)을 중심으로 경영 지표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이를 비핵심 사업 효율화와 핵심 브랜드 육성, 투자 집행 원칙으로 확장했다.

    하반기 경영 환경은 더욱 녹록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동시에 AI 에이전트를 비롯한 기술 발전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신 회장은 CEO들에게 정치·경제·사회·기술 변화를 뜻하는 PEST 관점에서 대내외 상황을 다각도로 분석할 것을 당부했다. 시장 변화가 나타난 뒤 대응하는 데 그치지 말고 규제와 소비, 기술 흐름을 선제적으로 읽어 경영 전략에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롯데는 이날 회의에 앞서 그룹의 인공지능 전환(AX) 추진 현황과 현업 적용 사례를 소개하는 AI 에이전트 전시도 열었다. 음성과 동작을 인식하는 AI 비서를 비롯해 가격 모니터링, 수요예측, 글로벌 시장 전망 분석 등에 활용하는 AI 에이전트 10여개를 공개했다.

    AI를 단순한 업무 보조 도구에 머물게 하지 않고 가격 결정과 재고 관리, 시장 분석 등 실제 사업 의사결정에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룹의 AX 전략이 선언 단계를 넘어 현업 적용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경영진에게 공유한 셈이다.

    회의는 미래학자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더그 스티븐스의 강연으로 시작됐다. 롯데가 VCM에 해외 연사를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티븐스는 AI 트렌드 변화와 글로벌 시장 흐름을 주제로 경영진에게 인사이트를 전달했다.

    신 회장은 기존 사업의 역사와 전통을 변화의 걸림돌이 아닌 혁신의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전통은 한계를 가두는 천장이 아닌 새로운 혁신을 위한 출발선이 돼야 한다"며 "CEO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고객 관점에서 끊임없이 개선하고 대담하게 혁신하며 조직을 지속적으로 진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