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 회장 2000억 전액 보증 … 메리츠 3사 대출 승인법원, DIP 조달·회생 가능성 검토 … 폐지 결정 취소 여부 판단협력사 납품 재개·67개 핵심점 정상화·잔존 사업 M&A 과제
  • ▲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고갈로 파산 위기에 놓인 가운데 14일 오후 경기 안양시 평촌점에 임시 휴업이 안내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고갈로 파산 위기에 놓인 가운데 14일 오후 경기 안양시 평촌점에 임시 휴업이 안내되고 있다. ⓒ서성진 기자
    홈플러스가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불복해 즉시항고에 나선다.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이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 조달에 합의하면서 회생절차 재개의 불씨를 살렸지만 영업 정상화와 인수합병(M&A)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20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회사는 이날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즉시항고장을 제출한다. 법원은 DIP 조달 계획과 회생 가능성 등을 검토해 기존 폐지 결정을 취소할지를 판단할 예정이다. 폐지 결정이 취소되고 회생계획안 가결기간이 추가로 연장되면 법정 최대 기한은 오는 9월4일이다.

    현재 임시휴업 중인 본사와 대형마트도 법원의 회생절차 재개 결정 이후 운영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된다. 다만 회생절차가 재개되더라도 매장이 곧바로 문을 여는 것은 아니다. 상품 공급을 중단하거나 물량을 줄인 협력업체들과 납품 재개 조건을 다시 협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MBK와 메리츠는 2000억원 규모의 DIP 조달 주체와 책임 범위를 놓고 대립해 왔다. 메리츠는 이미 마련한 1000억원을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했다며 나머지 1000억원은 최대주주인 MBK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MBK는 추가 자금 투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상이 장기간 표류했다.

    즉시항고 기한이 임박하면서 양측은 극적으로 접점을 찾았다. 김병주 MBK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DIP 2000억원 전액에 대한 보증을 제공하고 메리츠가 같은 규모의 대출을 실행하는 방식이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메리츠캐피탈도 각각 이사회를 열어 대출안을 승인했다.

    자금 조달 방안은 마련했지만 홈플러스가 실제로 영업을 정상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에 확보한 2000억원은 회생절차를 유지하고 멈춰 선 영업망을 다시 돌리기 위한 최소한의 긴급 자금에 가깝다.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공익채권은 약 9300억원에 달한다. 상당 부분은 회생절차 개시 이후 발생한 협력업체 납품 대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DIP 가운데 상당액이 밀린 납품 대금과 임직원 급여, 점포 유지비 등에 투입되면 신규 상품 매입과 영업 정상화에 쓸 수 있는 자금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협력업체와의 신뢰 회복도 과제로 꼽힌다. 자금난이 이어지면서 납품을 중단하거나 물량을 줄인 협력업체가 적지 않은 만큼 밀린 대금의 지급 일정과 신규 납품분에 대한 결제 방안을 제시해야 매대를 다시 채울 수 있다.
  • ▲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홈플러스가 파산 기로에 선 가운데 지난 9일 오후 서울시내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에 폐점 철회와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서성진 기자
    ▲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홈플러스가 파산 기로에 선 가운데 지난 9일 오후 서울시내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에 폐점 철회와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서성진 기자
    홈플러스 관계자도 "영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먼저 매장에 상품이 들어와야 한다"며 "기존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들이 곧바로 상품 공급을 재개하기는 어려운 만큼 기존 채권의 변제 방안과 향후 납품 조건을 놓고 협의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DIP를 활용해 점포 운영을 재개하고 67개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37개 점포 폐점 등 구조조정 작업을 마무리해 비용 부담을 낮추고 본사와 대형마트·온라인 등 잔존 사업부를 대상으로 M&A도 다시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매각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앞선 M&A 과정에서도 유통업황 부진과 막대한 부채 부담 탓에 적합한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회생절차가 재개되더라도 제한된 기간 안에 영업 기반을 복구하고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자금난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즉시항고가 제기됐다고 해서 회생절차가 곧바로 재개되는 것도 아니다. 법원이 DIP 조달의 실현 가능성과 자금 사용 계획, 향후 회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기존 폐지 결정을 유지하면 홈플러스의 파산 가능성은 다시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2000억원 확보로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재개를 시도할 발판은 마련했지만 영업 정상화와 M&A까지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며 "협력업체의 상품 공급을 얼마나 빨리 복원하고 핵심 점포의 수익성을 입증하느냐가 향후 회생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