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 예산 400억 소요 … 선거 기간 吳시장과 협치 어려웠다 토로민주시민교육도 논란 여지 … '무엇을' 아닌 '어떻게' 가르치느냐 관건
  • ▲ 발언하는 정근식 서울교육감.ⓒ서울교육청
    ▲ 발언하는 정근식 서울교육감.ⓒ서울교육청
    6·3 지방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2기 핵심 비전으로 ‘기본교육’을 내세웠다. 다만 교육복지 예산 확보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치’와 민주시민교육을 둘러싼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향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정 교육감의 기본교육은 헌법 제31조가 보장하는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초·중등 교육 단계를 넘어 생애 전 단계로 넓힌다는 개념이다. 일각에선 ‘기본’이라는 표현이 이재명표 기본 시리즈를 연상시킨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 출발선은 선거 공약이었던 유아교육 무상화다. 만 3~5세 유아교육을 온전히 국가가 책임진다는 것이다. 생애 첫 기본교육으로 무상화를 단계적으로 실현하고 질 높은 교육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넘어야 할 산이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협치’다.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축소 움직임과 맞물려 재원 마련을 위해 서울시의 지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 교육감은 6·3 지방선거 기간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와의 협치가 굉장히 어려웠고, 국민의힘 출신 의원이 많은 시의회와도 마을교육 협력 등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한 바 있다.

    협치가 어려웠다던 오 시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불협화음’까진 아니어도 정책 조정 과정에서의 협치 난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 교육감은 지난 6월 4일 시교육청에 복귀하며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5세 유아 무상교육에 400억 원쯤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한다. 교육적 견지에서 그리고 우리 사회의 미래 발전을 위해 지방교육재정 때문에 (그 사업을) 못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예산 문제는 시교육청 50%·시청 30%·구청 20% 분담으로 적극 협의해야 하는데 교육감은 정당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오 시장과의 협력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교육감으로선 다행인 부분은 오 시장의 정치적 스탠스가 전면 무상 급식에 반대하며 시장직을 걸고 주민 투표를 추진했다가 사퇴했던 2011년과는 달라졌다는 점이다. 2021년 보궐선거로 10년 만에 서울시장으로 돌아온 오 시장은 그해 12월 8일 조희연 시교육감, 이성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과 함께 ‘서울시 유치원 친환경 무상 급식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며 유·초·중·고교 무상 급식을 완성했다. 오 시장은 시정 복귀 후 “복지 정책을 시행할 때마다 선별이냐 일괄이냐 따지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유치원 무상 급식 추진의 뜻을 밝혔었다. 어린이집 유아와의 형평성 논란 가능성도 제기했었다.
  • ▲ ⓒ서울교육청
    ▲ ⓒ서울교육청
    5대 정책방향의 하나로 제시한 ‘지속가능한 민주시민교육’도 추진 과정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정 교육감은 헌법·역사·세계시민교육 체계화를 통한 교실 안팎 민주주의 교육을 제시했다. 정책의 설계와 실행을 시민과 공유하는 협력적 거버넌스도 강조했다.

    민주시민교육 확대 방침은 최근 역사교육 방향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과 맞물려 주목받는다. 교육부는 지난 2월 중학교 역사 수업에서 근현대사 분량을 현행 20%에서 3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고, 지난 16일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심의를 거쳐 오는 2030년부터 중학교의 근현대사 비중을 확대키로 결론 내렸다. 상임위원 표결 결과 찬성 13명, 반대 4명, 기권 2명으로 의결됐다.

    찬성 입장 측은 최근 서울배재고 야구부원들이 시합 과정에서 일으킨 이른바 ‘스타벅스 조롱 응원’ 파문을 거론하며 근현대사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다만 국교위 전문위원회는 민주시민교육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근현대사 비중 확대에 대해선 반대 의견이 비교적 우세했다고 밝혔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아직 전체 학년에 적용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재·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국가교육과정의 안정과 신뢰를 해칠 우려가 있고, 현행 교육 체제 안에서도 교사 역량에 따라 근현대사 교육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대표를 던진 김주성 상임위원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지난 정부에서 역사 교육계가 노력해서 합의한 것”이라며 “지금 와서 이런저런 이유로 바꾼다면 ‘정치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 정권이 바뀌면 역사 교육도 바뀌는 것이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연장선에 있는 서울교육청의 정책방향이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것은 정 교육감이 기본교육을 제시하며 언급한 헌법 제31조 4항에도 교육의 자주성·전문성과 함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시민교육은 국가 교육과정에 포함되는 교육영역이어서 교육 자체가 곧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무엇을 가르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달렸다. 특정 정치세력의 입장을 옹호하거나 반대하도록 유도하는 교육, 역사교육에서 특정 사건이나 시대를 편향된 관점과 비중으로 다룬다면 이는 정치·사회적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정 교육감은 정책 설계와 실행 과정에서 시민과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언급했다. 특정 성향의 시민사회단체가 최근에도 ‘성역화’ 논란이 불거졌던 5·18 민주화운동 등과 관련해 교육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현실이다. 일각에서 향후 어떤 시민단체가 참여하는지, 의사결정 구조나 권한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