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웅진 재인수 선언, 마케팅 효과 노린 이벤트" 평가 절하
  • ▲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 웅진
    ▲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 웅진



    웅진그룹이 렌탈 업계 복귀를 공식화했다. 2012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코웨이를 매각하며 맺은 경쟁업 금지조항이 지난 2일 만료됨에 따라서다.

    웅진은 사업 재진출을 위해 코웨이 인수, 자체 사업이라는 두 가지 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웅진은 코웨이 인수를 추진하는 한편, 영업망 구축 등 자체 사업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웅진은 MBK가 보유한 코웨이 지분 26.8%를 인수하기 위해 삼성증권과 법무법인 세종을 자문사로 선정했다. MBK가 보유한 코웨이 지분은 시가 2조원 대로 추산되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가격은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IB업계는 웅진의 자금 동원력에 의문을 표하는 분위기다. 현재 웅진그룹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약 3000억~4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그룹 자산만으로는 조단위를 넘어서는 코웨이 몸값이 버거울 수밖에 없다.

     

    웅진은 사모펀드 등 외부 투자자 유치를 통해 인수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조단위를 넘어서는 대규모 투자금을 웅진이 쉽게 유치하긴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다.

    코웨이 대주주 MBK 측은 웅진의 계획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앞서 MBK는 공시를 통해 웅진으로부터 인수와 관련한 제의를 받은 적도, 협의를 진행 중인 사실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코웨이 지분 거래에 대한 양 측의 실질적인 움직임이 없자, 업계는 시장 재진출을 앞둔 웅진이 심리전을 통한 간보기에 나섰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웅진의 코웨이 재인수 선언이 신사업 마케팅 효과를 노린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애꿎은 코웨이는 냉가슴만 앓고 있다. 웅진이 재인수 계획을 밝힌 12월 말부터 코웨이 주가는 연일 급락하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 포함 3조는 넘을 것으로 기대되던 매각가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국내외 호실적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달리던 코웨이 입장에서는 당황스럽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웅진의 자체 사업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시장은 웅진의 자체 사업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윤석금 회장이 국내 렌탈 사업 모델을 정착시킨 장본인인 만큼, 그동안의 노하우가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웅진은 사업 재진출을 공식화한 지난 3일부터 렌탈 관련 인력 채용을 시작했다. 전국에 판매 거점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오는 3월 중이면 영업망이 가시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 품목은 정수기, 매트리스, 공기청정기, 비데 등으로 예정돼 있다. 제품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위탁생산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제품력보다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관리 서비스와 고객 응대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사업에 대한 웅진의 자신감도 남다르다. 웅진은 정수기 시장 내 자사의 브랜드 인지도가 현재까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콜센터, 물류·IT 시스템과 같은 렌탈 인프라도 신사업의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웅진이 코웨이를 재인수하기 위해서는 최소 1조원 이상의 외부 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를 감안하면 자체 사업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면서 "렌탈 사업의 핵심이 영업력과 조직 관리인만큼 윤석금 회장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다면 사업 재진출 자체는 경쟁력이 있을 것"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