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정권 5년 더 이어졌다면 원전산업 회복 불능"문재인 정부 탈원전 청구서 2030년까지 47.4조원 尹, 생태계 복원·원전 수출로 '원전 르네상스' 주도 1000조 규모 예상되는 글로벌 원전시장 '정조준'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20일(현지시각) 체코 플젠 산업단지 내 두산스코다파워 공장에서 열린 원전 전주기 협력 협약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20일(현지시각) 체코 플젠 산업단지 내 두산스코다파워 공장에서 열린 원전 전주기 협력 협약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오는 10일 임기 반환점을 앞둔 윤석열 정부. 여러 상황이 얽혀 지지율은 높지 않지만, '원전 산업 부활'은 누가 뭐래도 윤 대통령의 최고 치적으로 꼽힌다. 혹자는 다른 정책적 결함을 모두 덮고도 남을 만큼, 원전 산업을 다시 살린 공이 크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과감하게 폐기하고 친원전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고사 위기에 내몰렸던 국내 원전 산업을 다시 정상궤도에 올렸다. 

    임기 초부터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에 힘 입어 해외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하는 쾌거도 이뤘다. 또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 탈원전 대못 뽑기가 속도를 내며 원전산업이 이른바 '르네상스'를 맞게 됐다는 평가다.

    8일 에너지업계 등에 따르면 글로벌 원전 시장 규모는 점차 확대돼 2036년이면 15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정부의 원전 산업 정상화는 문 정부와 가장 대비되는 점으로 '원전 강국'으로서의 재도약의 지렛대가 되고 있다. 

    앞서 문 정부는 취임 5개월만에 원전 6기 건설 백지화를 선언하며 탈원전을 못박았다. 당시 우수 인력들도 대거 이탈하고 한국형 원전 핵심기술 유출 논란이 빚어지는 등 국내 원전 산업이 급격히 퇴보했다. 신한울 1·2호기가 완공된 뒤에 운영 허가를 받지 못해 수년간 상업운전이 지연된 것도 전 정부 탈원전 정책의 그림자다.

    원자력 업계에서는 정권이 교체되지 않았다면 원전 관련 기업들이 줄도산하고, 원전 산업은 완전히 붕괴됐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핵심 관계자는 "문 정부 5년만에 50년간 쌓아온 원전산업 생태계가 붕괴돼 고시 직전이었는데 만약 정권이 5년 더 이어졌더라면 회생 불가능에 이르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원전 관련 예산 180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여야 막판 협상에서 정부안대로 전액 복원됐지만 민주당의 원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란 지적이 이어졌다. 당시 원자력지지시민단체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권 시절 초토화되고 말았던 원자력 산업계를 다시 일으키려는 윤석열 정부의 노력을 아예 뿌리째 뽑아버리겠다는 몽니"라고 일갈했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의 탈원전 정책의 비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피해액이 2030년까지 47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른바 탈원전 청구서는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또 문 정부 5년 간 원전산업은 매출 41.8%, 종사자수 18.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윤 정부 들어 원전 확대 정책을 펴면서 국내 원전 업계는 이른바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윤 정부는 2022년 5월 출범 이후 국정과제 중 하나로 '탈원전 정책 폐기'와 '원전 생태계 복원'을 강조하고 원전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하나둘 굵직한 성과를 일궈냈다.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과 2027년까지 원전 설비 10조원 수출이라는 세부 목표도 세웠다. 원전 생태계 부활을 위해 정부가 전방위 지원에 나섰고 정상 차원의 원전 세일즈 활동으로 힘을 실어줬다. 한국 기업의 세계적인 원전 기술 경쟁력도 시너지를 내면서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수주 낭보가 잇따랐다.  

    최근 UAE의 바라카 원전을 수주한 지 15년 만에 체코 원전을 수주한데 이어 불가리아 원전 설계계약을 수주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체코 원전은 24조원 규모로 UAE 바라카 원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불가리아 원전 사업비도 19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을 추진한 일부 국가들도 원전 생태계 복원에 한창이다. 특히 인공지능(AI) 열풍으로 AI 개발‧활용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의 전력사용량 급증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원전 산업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 ▲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자력 발전소 전경. ⓒ산업부 제공
    ▲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자력 발전소 전경. ⓒ산업부 제공
    정부는 해외 원전 수주 성과와 원전 산업 복원 추세를 발판 삼아 100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글로벌 원전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근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준공식과 3·4호기 착공식을 개최하며 탈원전 폐기를 본격화했다. 신한울 1·2호기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준공이고 3·4호기는 첫 번째 착공으로 '원전 생태계 회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원전이다. 

    이날 참석한 윤 대통령은 "원전 르네상스를 맞아 1000조원의 글로벌 원전시장이 열리고 있다"며 "체코 원전 수주를 발판으로 우리 원전 산업의 수출 길을 더 크게 열어나가고 원전 생태계의 완전한 정상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한울 3·4, 새울 3·4호기 등의 원전 건설과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 해외 원전 수주와 국내 소형 모듈 원자로(SMR) 건설 추진 등을 통해 원전 업계에 충분히 일감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2050 중장기 원전산업 로드맵' 마련과 '원전 산업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강조했다. 중장기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한 원전 운영을 위해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연내 '2050 중장기 원전산업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다. 미래 원전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할 소형모듈원전(SMR)의 개발·보급도 적극 지원한다. 2028년까지 국산 모델 혁신형 SMR(i-SMR)을 완성하는게 목표다. 대통령실은 SMR 등 신규 원전을 추진하고 원전 계속 운전 허가 기간을 최대 20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지난 23일 원전 산업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원전 산업 지원을 위한 국가 계획 수립 및 이행 근거를 마련하고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해 원전 산업 발전기금을 설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4일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선보인 정책소식지 '민생·경제퍼스트'에서도 '원전 생태계 복원'에 방점이 찍혔다. 소식지는 "앞으로 정부는 '탈원전 정책 폐기,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라는 국정과제를 이행하며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본격적으로 성장엔진에 시동을 건 우리 원전 기업은 이제 아랍에미리트(UAE)와 체코를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갈 것"이라며 "정부는 수출 길이 막히지 않도록 장애물을 치우는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과 미국 정부는 지난 1일 원자력 수출 관련 협력을 강화하는 업무협력(MOU)에 가서명했다. 양국 정부는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양국의 민간 원자력 협력의 진전이라는 중요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과 첨단산업 발전으로 안정적 전력 확보를 위한 원전 확대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이 원전 수출에 손을 맞잡으면서 해외 공략에도 속도가 날 것이란 관측이다. 더욱이 체코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두고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 법적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뤄져, 분쟁 해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전문가들도 윤 정부의 대표적 성과로 문 정권의 탈원전 정책 폐기와 원전 생태계 복원을 꼽는다. 홍서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어 긍정적"이라며 "현 정권 들어 원전 관련 사업 지원이 많이 이뤄졌고 그 결과로 해외 수주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어 "원전 시장이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움직임이고 정부 정책도 뒷받침되는 상황이어서 향후 해외 수출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국내에서도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되는 등 원전 생태계가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