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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30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헌법재판소가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의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을 환영한다. 헌재는 어제 시장 점유율 60%가 넘는 상위 3개 신문사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한 신문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또 사실 증명 없이 진실에 부합하지 않을 개연성만으로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게 한 언론중재법 조항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했다.
이번에 위헌 결정이 내려진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규정은 입법 과정에서부터 위헌 논란이 제기되는 등 대표적 독소 조항으로 꼽혀 왔다. 독자의 신문 선택권을 제한하고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정거래법상에는 상위 3개사의 과점 기준을 75%로 정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근거 없이 60%로 규정해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신문발전기금 지원 대상에서도 배제해 버렸다.
그런 점에서 헌재가 결정문에서 "신문의 시장지배적 지위는 결국 독자의 개별적.정신적 선택에 의하여 형성되는 것"이라고 밝힌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채 신문사업자에 대해서만 일반사업자보다 더 쉽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토록 하는 것은 신문의 자유와 평등권 침해라고 못 박은 셈이다.
헌재가 언론중재법 가운데 정정보도 청구소송과 관련해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명백한 '증명'을 요구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언론중재법은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가처분절차에 의해 재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간단한 '소명'만으로 정정보도를 하게 한 것이다. 그럴 경우 언론사의 방어권을 제약하는 것은 물론 언론의 자유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헌재가 고의·과실이 없어도 정정보도를 청구토록 한 규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아쉽다. 비리 당사자들이 무조건 부인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언론의 의혹 제기 자체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피해자가 아닌 제3자도 시정권고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 대해 권고적 효력에 그치고 기본권 침해 가능성도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특정신문을 위축시키기 위해 당사자도 아닌 제3자가 계속 시비를 걸 수 있는 소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신문의 복수 소유 규제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합헌으로 결정난 방송 겸영 금지 규정은 위헌 소지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디어 환경 변화로 신문·방송·통신을 아우르는 새 미디어 시대가 닥쳤는데 진입을 규제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
어쨌든 이번 결정으로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이 정부에 비판적인 몇몇 신문을 옥죄기 위해 만들어진 악법이란 사실이 증명됐다. 정부와 여당은 이 같은 헌재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반헌법적 독소조항들을 당장 개정해야 한다. 비판 신문에 재갈을 물리려는 반민주적 시도는 아예 포기하라. 언론 자유를 억압하려는 그 어떠한 시도도 국민적 저항에 부닥칠 것이다. 대신 선진국처럼 위기에 처한 신문산업을 진흥하고 육성하는 정책에 앞장서기 바란다. 신문의 위기는 바로 민주주의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언론 자유나 시장원리에도 어긋나는 이 법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판단이다.
신문악법을 주도한 세력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법의 입법을 주도했던 정부와 여당, 방송.시민단체는 과연 무엇이 언론 자유고, 무엇이 민주주의를 위한 것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하기 바란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 일정 부분 협력했던 한나라당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신문법을 결사 반대하겠다"는 애초의 다짐만 제대로 지켰어도 이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국가적 에너지가 낭비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부분적 위헌 결정에 일단 환영한다. 앞으로 국회에서 이 문제가 재론될 때 헌재의 결정뿐 아니라 자유언론에 위해가 될 독소조항은 차제에 몽땅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