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4일자 미디어면에 문재완 한국외대 법대 교수가 쓴 <"신문법, 코미디야 코미디">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3대신문 규제 겨냥하다 오히려 더 큰피해는 중소 신문사가 입게 돼


    “코미디야, 코미디야.”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장관시절 국회에서 의원들의 행태를 보고 했던 말이다. 지난주 헌법재판소가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의 일부 조항에 대해서 위헌을 선언하는 것을 보고 무심코 내 입에서 나온 말이 하필 “코미디네, 코미디”였다.

    흔히 조·중·동으로 일컬어지는 3대 신문의 영향력을 축소하고자 만든 법이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인데, 실질적으로 더 큰 피해는 중소 신문사가 입게 생겼으니 쓴웃음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3대 신문사를 겨냥하여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조항을 만들고, 여기에 해당하면 신문발전기금을 받지 못하는 조항을 만들었는데 두 조항이 모두 위헌 판정을 받았다. 상식 있는 국민이라면 헌재 결정문을 읽지 않아도 알 수 있듯이, 신문은 독자가 선택한다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의 기본은 국가로부터의 자유인데,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국가의 개입을 촉구하는 법을 만들었으니 그 법이 헌법과 합치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그 밖에도 위헌 시비가 일었던 신문법 조항이 많은데, 특히 중소 신문사의 신경을 무척 건드리는 조항이 경영정보의 공개 조항이다. 광고 수주를 위하여 외형을 과장하는 신문사가 꽤 많은데, 신문부수와 경영실적을 공개하면 치부가 드러나게 된다. 그래도 큰 신문사는 좀 낫다. 경영정보의 유출을 걱정하지만 생존을 걱정하지는 않는다. 작은 신문사일수록 실상이 더욱 빈약하게 드러나게 된다. 그러고 나면 광고수입 감소, 경영실적 악화의 악순환이 시작된다. 더구나 신문사가 다른 신문사를 인수·합병하는 것을 막아주던 조항도 위헌으로 선언되어 앞으로는 큰 신문사가 작은 신문사를 인수하는 일도 가능하다.

    작은 신문사를 어렵게 하는 사정은 또 있다. 언론중재법의 대부분 조항이 합헌결정을 받았다는 점이다. 언론중재법의 특징은 언론의 자유보다 그 폐해의 방지에 주력한다는 데 있다. 언론이 무책임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언론중재법은 잘 만들어진 법률처럼 보인다. 하지만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는 일반 민·형사법으로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 오히려 일률적으로 언론에 책임을 물리는 형태의 새로운 법 제정은 언론 활동을 위축하여 민주사회에 해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헌재의 합헌 결정으로 논쟁은 일단락됐다. 문제는 이 언론중재법으로 활동이 크게 위축될 언론사 역시 작은 신문사라는 데 있다. 방송사나 큰 신문사는 사내에 변호사도 두고, 기자 교육도 실시한다. 영세한 신문사는 그럴 형편이 못 된다. 

    이 같은 코미디 아닌 코미디는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을까. 3대 신문사를 겨냥한 입법단계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특정 신문사의 영향력을 인위적으로 줄이기 위하여 입법을 추진하면서 이를 포장하기 위한 명분으로 언론개혁이라는 깃발을 들었다. 방법이 정교하지 못하고 의욕만 앞서니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적 틀을 무시한 것이다. 신문 선택에 있어서 국민의 자율성을 부정하고, 국민을 가르치려는 후견주의도 드러냈다.

    신문법이 더 이상 ‘코미디’가 되지 않으려면 폐지되어야 한다. 그 대신 신문의 발행을 용이하게 하고, 신문사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률이 필요하다. 그것이 진정 다양한 여론이 숨 쉬는 사회를 만드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