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25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방송위원회 제3기가 인사 난맥으로 방송계 전반을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 7월14일 제3기 출범부터 2개월 이상의 진통을 겪은 뒤끝이었지만 그로부터 2개월여에 방송위 구성의 원천적 문제점이 또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상임위원 중 여당 몫으로, 그것도 특정 언론단체 출신이 석권한 3명 중 2명이 사퇴해 ‘코드 인사’의 한계와 검증시스템의 부실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한다.

    주동황 상임위원은 23일 “최근 일부 신문들이 저의 주변과 신상을 뒤지면서 악의적이고 조직적인 표적 취재를 하고 있다는 소문을 접했다”는 이유 등으로 사의를 밝혔다. 그의 이같은 사의는 KBS가 같은날 밤 “주 위원은 지난해 11월 강원 춘천시의 장인 소유 밭 1000여평을 3억9000만원에 매입했다”며 “그 이전에 주소를 춘천으로 옮겼으나 실제 현지에 살지 않았고 땅을 되팔 때 양도소득세 감면혜택을 겨냥한 것”이라고 한 의혹 보도와 무관치 않을 듯싶다. 우리는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공익성을 실현할 책임이 무거운 방송위원이 재산형성과정의 합법성과 투명성 여하를 짚은 언론의 의혹 제기를 ‘사퇴의 변’으로 적시하는 행태야말로 스스로도 적임이 아니었음을 자인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믿는다.

    방송위는 이상희 위원장의 8월23일 사퇴단계에서부터 정상궤도를 적잖이 이탈해왔다. 방송위가 추천권한을 가진 한국방송공사(KBS) 이사진 구성은 물론, 임명권을 가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진 및 EBS 사장 등이 혼선을 반복함으로써 방송계 전반을 파행시켜온 실정이다. 6월30일 임기가 끝난 정연주 KBS사장이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그 직무를 행한다’는 방송법 제47, 50조에 기대 여태까지 사장직을 수행해올 수 있었던 것도, 구관서 EBS사장이 ‘논문 중복’ 의혹에 휩싸여 논란을 빚고 있는 것도 그 원죄는 방송위로 귀결된다는 것이 우리 판단이다.

    방송의 독립 역시 헌법적 가치다. 내년 제17대 대선을 앞두고 점점 두드러지는 방송위 ‘코드 인사’의 폐해가 우려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