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3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국정홍보처가 국내외 취재 지원 시스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1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당시 노 대통령은 "브리핑룸은 몇몇 기자들이 딱 죽치고 앉아 기사의 흐름을 주도해 나간다"며 각국의 기자실 운영 실태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홍보처는 2개월간 OECD 회원국 27개국을 대상으로 기자실 운영 실태를 조사했다.

    그런데 비싼 세금을 들여 대대적으로 실시한 조사치곤 알맹이가 없다. 선진국에 비해 브리핑실이 많고 송고실이 출입기자실화하고 있다는 것이 발표의 요지다. 결국 브리핑실을 줄이고, 공무원 취재는 공보관실을 경유토록 하는 등 취재를 제한하겠다는 뜻이다.

    기자실 운영 시스템은 나라마다 전통과 관행을 통해 정착되는 것이다. 어떤 게 좋다는 정답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고 신장시키는 형태가 돼야 한다.

    홍보처 직원들은 이번 조사 과정에서 선진국들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얼마나 언론에 협조적인지 절감했을 것이다. 또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유력 신문 기자들에게 질문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나라가 없다는 것도 확인했을 것이다. 그 내용도 빠뜨리지 말고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바란다.

    언론이 밉다고 취재나 송고를 불편하게 하려는 발상은 참으로 저급하고 치졸하다. 이 정권은 군사독재 시절의 국방부 기자실을 본뜨려는가. 당시 기자들은 기자실과 화장실만 출입할 수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기자들의 자유로운 취재와 송고를 돕기 위해 뭘 해야 할지나 고민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