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0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어느 지방신문을 상대로 “2단계 균형발전정책에 관한 홍보성 특집기사를 써 주면 취재 협찬비로 500만 원을 주겠다”고 제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위원회는 또 다른 언론사에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 뜻을 이룬 정황이 이 지방신문과의 접촉 과정에서 포착됐다. 이 정권의 이중적 언론관과 언론정책을 보여 주는 단적인 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했던 ‘언론과의 건전한 긴장관계’는 어디로 갔기에, 대통령 직속기구가 돈을 주고 기사를 살 생각을 했는가.

    균형발전은 이 정부의 핵심 코드이자 주요 국정과제 중의 하나다.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혁신도시 건설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부정적 여론과 숱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균형발전의 당위성과 효용성을 강조해 오더니 이제 와서 돈 주겠다며 기사를 부탁할 정도라면 국민을 속였다는 얘기밖에 더 되는가.

    이 위원회의 홍보팀장은 이런 식의 뒷거래에 대해 “언론학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홍보의 일반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무자의 군색한 변명으로 치부하기에는 언론과 언론학자에 대한 중대한 모독이다. 대체 어느 언론학 책에 그런 내용이 들어있는지, 어느 언론학자가 그런 주장을 했는지 밝혀 주기 바란다.

    이 정부는 지난 4년여 동안 ‘언론개혁’이란 이름 아래 청와대 국정홍보처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총동원해 몇몇 신문사 흠집 내기에 주력해 왔다. 걸핏하면 언론중재위에 제소해 법정으로 끌고 갔다. 정부 광고를 놓고도 편파 배정 시비가 그치지 않았다. 그런 정부가 홍보기사를 위해 국민의 세금을 쓸 생각을 했다니 위선의 극치다.

    균형발전위의 부도덕한 제안과 접촉 과정을 폭로하고, 언론의 독립성 훼손을 비판한 경남도민일보의 자세는 평가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