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1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부가 각 부처 기자실 37개를 대부분 없애고 세종로 중앙청사, 과천청사, 대전청사 등 다섯 곳으로 통·폐합하기로 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세계 각국 기자실 사례를 조사하라고 지시한 지 넉 달 만에 나온 방안이다. 정부는 이를 22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대통령은 “몇몇 기자들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기사를 담합한다”며 해외에도 그런 사례가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었다. 당시 정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증진계획을 언론이 작게 다루고 ‘대선용’이라고 비판적으로 보도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공식 취재 창구를 크게 다섯개만 남기고 닫아버린다는 방안이다. ‘죽치고 앉아 있을 곳’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정부가 발표하는 그대로 크게 써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요즘 제대로 된 기자라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있을 새도 없다. 경쟁으로 먹고사는 기자가 기자실에 앉아 정부 발표를 정부 입맛대로 써 보내다간 얼마 못 가 사표를 내야 할 것이다. 그런 기사만 다루는 언론이라면 당장 독자가 외면해 배겨날 수가 없다. 사실과 다른, 현실을 모르는 엉뚱한 지시가 엉뚱한 대책을 낳은 것이다.

    기자실이 부처마다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배타적으로 운영돼서도 안 된다. 문제는 기자실을 이렇게까지 없애도 될 만큼 정부의 정보공개 의지와 체제가 돼 있느냐는 것이다. 이 정권이 출범 직후 한 일이 사무실 취재 금지, 개별 취재 불허, 취재 받은 직원의 보고서 의무화 같은 정보 차단이었다. 공무원의 언론 접촉을 죄악시하고 비판적 보도들에 대한 법적 대응을 지시했다. 그러면서 내세운 정기 브리핑은 대개 보도자료를 낭독하는 수준이다. 브리핑에서 공공기관 감사들의 남미 외유 같은 기삿거리가 나올 리 없다. 결국 정부가 내주는 홍보 기사만 받아쓰라는 얘기다.

    언론은 국민을 대신해 권력을 감시한다. 국민이 낸 세금을 제대로 쓰는지 살핀다. 이 정권은 마지막까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고 갖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언론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 빚어내는 국민의 불행이다.